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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해 3월 13일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이 교황에 선출되자마자 데스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서 교황이 되기 전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의 모습을 취재하라는 지시였다.”
교황청 공식일간지 오세르바토레 로마노의 크리스티안 마르티니 그리말디 기자가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직후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에 가서 확인한 교황 이전의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의 생생한 모습을 전했다.
그리말디 기자가 만난 이들은 산 미겔 철학신학대의 친구들을 비롯해 교황을 가르쳤던 교수, 교황의 친구들, 교황을 먼발치에서라도 본 사람들 등 교황 프란치스코가 아닌 인간 베르고골리오를 기억했다. 이들의 기억 속에 교황은 권위적이거나 비범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제였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유의 겸손함과 소박한 생활,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로 신자들과 아르헨티나에서 신망이 높았다.
그리말디 기자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산 미겔 교구의 호세 루이스 신부에 따르면 2006년 교황이 추기경이던 시절 젊은이들이 순례를 온 루한교회에서 새벽 4시까지 고해성사를 해줬는데 당시 추기경인 줄 아는 신자들이 없었을 정도로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은 비서 없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사목활동을 다녔다. 그런 모습이 교황이 되어 바티칸에 가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교황 프란치스코’(미르북컴퍼니)를 출간한 그리말디 기자는 교황이 방한해 한국 내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는 분위기에 대해 “교황이 자신의 입장에 서주기를 원하는 분위기는 전 세계가 똑같다”며 “하지만 교황은 처방전을 내주진 않는다. 처방전을 위한 정신을 말하는 것뿐 그 처방전을 만드는 건 우리 몫이다”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