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도 버텼지만"…`물가 폭탄`에 모녀는 식당 문 닫았다

치솟는 외식 물가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침치찌개 한 그릇 8000원·김밥 한 줄 3000원
식당 재료 농·수산물, 지난달 각각 9.3%·4.6% ↑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 지급액도 사상 최대
“물가 오르니 외식 줄여…당분간 회복 어려워”
  • 등록 2024-01-29 오후 4:43:04

    수정 2024-01-29 오후 7:56:29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내가 운영하는 백반집도 그렇고 건넛집에서 아귀찜 가게 운영하던 딸도 식당을 접기로 했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30년째 백반집을 운영 중인 신모(69)씨는 내달 14일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버텼지만 치솟는 물가와 지갑을 닫는 손님 앞에서 가게 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간 동네 단골이 많아 가격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 채, 지난해 메뉴마다 500원 정도 올린 것이 전부였다.

신씨는 “나이도 나이지만 가게를 운영해서 수익을 내기가 더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이 근방에서 같이 음식점을 운영했던 이들이 하나둘씩 폐업 소식을 알릴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았는데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자료=이데일리DB)
신씨처럼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의 폐업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 비대면 시대가 끝나면 음식점의 매출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과는 다른 양상이다. 고물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식자재·인건비 등이 상승하며 자영업자들 또한 이 같은 변화된 부분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신씨의 딸인 김모(41)씨도 10년째 운영하던 아귀찜 가게를 이달 접었다. 김씨는 모친인 신씨가 식당을 운영하기보다 자격증을 따서 작은 회사에라도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하자, 이 말에 수긍했다고 한다. 김씨는 “엄마는 단골집 손님들이 워낙 많아 그래도 착한 가격으로 버텼는데 우리는 그것도 아니니까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장사 해왔다”면서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라고 보고 정리했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외식 비용을 줄인 데 있다. 급격하게 오른 외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12월 서울지역 8개 외식 품목 가운데 김치찌개 백반과 삼겹살, 김밥 등 3개 품목의 가격이 11월보다 올랐다. 김치찌개 백반은 작년 11월 7923원에서 77원 올라 8000원이 됐다. 김밥은 31원 올라 3323원이,식당의 삼겹살 1인분 가격은 전달보다 176원 오른 1만9429원이 됐다. 외식 비용 증가는 농·수산물 등 식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기인한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9(2015년 100기준)로 전월 대비 0.1% 올랐다.

인건비의 상승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건비의 상승률은 3.7%에 달한다는 것이 연합회 측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마지막 보루인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공제금 지급액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10만3000건으로 지급액은 1조182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고충은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감지된다. 한 누리꾼은 “너무 경기가 어려워 정리하려고 한다”며 “2월까지 운영하고 3월부터 철거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 달 폐업을 진행하려 하는데 집기들을 판매하고 싶다”며 “음료 냉장고 2대, 냉장고, 철판 등을 판매하고 싶은데 도움 줄 분 있을까요”라고 남겼다.

음식점 등 자영업의 위기는 한동안 지속할 우려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외식 비용부터 줄이는데 그러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다”면서 “가뜩이나 외식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고 도시락으로 외식 비용을 아끼거나 밀키트 등으로 외식을 대체하려는 외부 경쟁요인도 커졌다”고 했다. 이어 “한 번 바뀐 소비자 행동은 상당기간 유지된다는 점에서 외식 수요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란우산공제-노란우산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폐업으로 생계위협의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사업주의 이른바 퇴직금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매달 5만~100만원을 부금으로 납부하면 폐업 시 복리 이자를 붙여 목돈으로 지급해준다. 압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연 최대 500만원 소득공제와 상해보험 혜택을 준다. 때문에 자영업자의 마지막 사회안전망으로 불린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