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30년째 백반집을 운영 중인 신모(69)씨는 내달 14일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버텼지만 치솟는 물가와 지갑을 닫는 손님 앞에서 가게 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간 동네 단골이 많아 가격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 채, 지난해 메뉴마다 500원 정도 올린 것이 전부였다.
신씨는 “나이도 나이지만 가게를 운영해서 수익을 내기가 더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이 근방에서 같이 음식점을 운영했던 이들이 하나둘씩 폐업 소식을 알릴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았는데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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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외식 비용을 줄인 데 있다. 급격하게 오른 외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12월 서울지역 8개 외식 품목 가운데 김치찌개 백반과 삼겹살, 김밥 등 3개 품목의 가격이 11월보다 올랐다. 김치찌개 백반은 작년 11월 7923원에서 77원 올라 8000원이 됐다. 김밥은 31원 올라 3323원이,식당의 삼겹살 1인분 가격은 전달보다 176원 오른 1만9429원이 됐다. 외식 비용 증가는 농·수산물 등 식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기인한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9(2015년 100기준)로 전월 대비 0.1% 올랐다.
인건비의 상승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건비의 상승률은 3.7%에 달한다는 것이 연합회 측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마지막 보루인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공제금 지급액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10만3000건으로 지급액은 1조1820억원에 이른다.
음식점 등 자영업의 위기는 한동안 지속할 우려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외식 비용부터 줄이는데 그러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다”면서 “가뜩이나 외식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고 도시락으로 외식 비용을 아끼거나 밀키트 등으로 외식을 대체하려는 외부 경쟁요인도 커졌다”고 했다. 이어 “한 번 바뀐 소비자 행동은 상당기간 유지된다는 점에서 외식 수요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란우산공제-노란우산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폐업으로 생계위협의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사업주의 이른바 퇴직금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매달 5만~100만원을 부금으로 납부하면 폐업 시 복리 이자를 붙여 목돈으로 지급해준다. 압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연 최대 500만원 소득공제와 상해보험 혜택을 준다. 때문에 자영업자의 마지막 사회안전망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