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리구매’, ‘댈구’ 등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법적으로 담배를 구매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대신 구매해주고, 수고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형태의 ‘대리구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존재감 과시를 위해 일탈행위를 벌이는 미성년자도 문제지만, 이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는 성인에 더 큰 책임을 물어 제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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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SNS 서비스인 트위터에서 ‘대리구매’, ‘댈구’를 검색하면 게시물 여러 개가 뜬다. 자신의 지역과 원하는 물품을 적어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글은 물론이고, 먼저 자신을 올해 성인이 된 2003년생이라고 소개하며 올해부터 대리구매를 해줄 수 있다는 제안글도 눈에 띈다. 이들은 주로 부피가 크지 않고 택배 거래가 용이한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 등을 대신 사주고, 수고비 명목으로 2000~3000원가량의 수고비를 받는다. 여기에 구매자들이 원하는 직거래 장소에 맞춰 이동해주며 이동 요금을 추가해 받는 경우도 있다.
트위터뿐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해시태그() ‘대리구매’, ‘댈구’를 검색하면 500여건 이상의 게시물이 눈에 띈다. 사진이 주가 되는 SNS인 만큼 이들은 직접 대리구매를 통해 얻은 담배 사진, 이용자들의 후기 등을 공유하고 있다. ‘후기 사진’이 많을수록 믿을 만한 판매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진을 올리는 것이 그들 사이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일탈’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 자신의 구매 행위를 전시하는 계정도 있다.
그럼에도 대리구매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접할 수 있는 주요 통로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근 한 달간 흡연을 경험해 본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9651명)의 4.6%(444명)에 달했다. 이들 중 흡연 경로에 대한 질문에 ‘다른 사람 대리구매’라고 응답한 이들은 96명으로, 담배를 피워 본 청소년 4명 중 1명은 대리구매를 통해 담배를 접하게 된 셈이다.
SNS뿐만이 아니라 당근마켓 등 거래 플랫폼에서 이미 술과 담배 등 유해 물질 판매가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살아 있는 동물을 포함, 술과 담배 등을 거래 품목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단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트위터 관계자는 “대리구매라는 키워드가 불법 게시물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이 아닌 내용의 게시물에서 사용되기도 해 단순히 키워드 차단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지 못하도록 리스트에 등록해 관리 중이고, 따로 이용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특성상 처벌이 어렵다는 점 역시 문제다. 청소년보호법의 관련 조항을 위반해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임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직접적인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수많은 게시물에 대해 한꺼번에 단속 및 처벌하는 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대리구매 문화는 자신의 비행을 ‘인증’하고자 하는 SNS와도 결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술과 담배를 즐기려고 사는 게 아니라 이를 공유하고, 인증하면서 청소년들에겐 놀이 문화, SNS 인증 문화가 되고 있다”며 “또래 사이에서 과시용 목적인 경우도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의 책임은 대리구매를 해주는 성인에게 더 크게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청소년들은 어차피 처벌 나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술·담배를 공급해준 어른들이 처벌 받게 된다”며 “공급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장 중요하고, 청소년들에겐 또래 문화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