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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 조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재작년부터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대출 규제에 대한 타격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존에 대출이 나오던 중저가 아파트 수요자들은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를 주춤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로 인해 내집 마련을 준비했던 중산층·서민의 피해만 커졌단 분석이 나온다.
강남·서초 매물 줄었는데…구로·강북 아파트 매물은 쌓여
12일 부동산정보플랫봄 아실에 따르면 1개월 전 본격화 된 대출규제 이후 중저가 아파트의 매물이 쌓이고 있다.
과거 서울에서는 15억원이 넘지 않는 아파트(9억원 이하 LTV 40%, 초과 20%)는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15억원 이하 아파트 수요자들은 대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았단 의미다. 그러나 대출이 막히면서 수요자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 매수가 뚝 끊긴 상황이다.
반면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재작년 12·16대책으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는데, 이미 수요자들은 현금으로 초고가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적응했다’는 게 인근 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아실에 따르면 매물이 쌓이는 중저가 지역과 달리 강남구는 1개월 새 매물이 10%나 줄었다. 여의도 등이 있는 영등포구(-9.3%), 서초구(-8.9%), 마포구(-6.5%), 강동구(-5.9%), 송파구(-0.53%)로 나타났다.
강남구 청담동 D공인은 “어차피 강남권 아파트는 원래부터 대출로 못 산다. 이번 대출 규제와 상관이 전혀 없는 지역이고, 오히려 경기도 등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강남이 더 싸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릴레이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단지 아파트 전용 210㎡은 지난달 23일 72억원에 팔렸다. 지난 7월 66억원에 팔린 뒤 2개월만에 6억원이 뛴 것이다.
작년 말 15억원을 넘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19억4500만원에 팔리면서 직전 거래가인 16억 9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인근 U공인은 “어차피 15억원이 넘어서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사던가, 이미 기존 집을 처분해 현금 여유가 있는 ‘갈아타기’ 수요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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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로 결국 중저가 아파트의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금이 있는 강남 아파트 수요자들은 대출규제에서 빗겨가지만 대출이 정작 필요한 중산층과 서민들만 규제 타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