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자료 달라’ 압박…사측 “노사협과 투명하게 공유”

네이버 노조, 직원 간 괴롭힘 등 중간 조사결과 발표
고인 된 직원 관련 메신저 등 업무 자료 일체 요구
네이버 “외부 조사 결과에 대한 노조 결정 기다리겠다”
“노조 주장 100% 입증 아냐…차분한 언론 대응 필요”
  • 등록 2021-06-07 오후 4:26:34

    수정 2021-06-07 오후 9:34:07

7일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에 대한 자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사진=이대호 기자)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지회장이 7일 “고인의 생전 행적을 되짚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며 절절한 심정을 토했다.

노조는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과 관련해 자체 중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직원 간 괴롭힘에 더해 △과중한 업무가 있었고 △여러 차례 문제 제기에도 이렇다 할 조치가 없던 사측 문제로 인한 사고로 규정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위원장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사측에 고인의 행적을 확실하게 되짚을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진정을 내고 사측에 재발방지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임원A 복귀한 ‘2019년 그날 이후’

노조는 2019년 1월 31일을 떠올렸다. 이번 사고의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A가 네이버에 복귀한 때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60여 명의 해당 조직 직원들이 임원 A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임원A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C는 임원A를 두둔했다고 한다. 노조는 경영진C가 “임원A에게 문제가 있으면 A에게 말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본인에게 말해라.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발언한 복수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해 5월 17일. 고인을 포함한 팀장(리더) 14명이 경영진 C에게 회의를 통해 ‘당신은 패착이다’, ‘너는 이 일을 하는데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등 임원A의 직원들을 무시하는 언행을 문제 삼았고 그의 조직 운영 방식과 낮은 서비스 이해도에 대해 토로했다고 한다. 노조 주장에따르면 이날 회의가 있은 지 2개월 내에 면담한 팀장 4명이 보직 해임했고 남은 인원 중 4명이 퇴사했다.

퇴사자들이 인사조직에 수차례 조치를 요구했다고도 했다. 한미나 노조 사무장은 “퇴사한 동료들이 인사조직에 퇴사 이유를 임원A 때문이라고 알렸다고 다수가 언급했다”며 “회사도 심각성을 익히 알았지만 인사 조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 사무장은 “보관하고 있는 퇴사직원의 면담자료를 노조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도 파악

임원A의 괴롭힘뿐 아니라 지난 2년여간 과중한 업무도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이유가 됐다고 노조는 전했다.

한 사무장은 “지나친 업무 지시가 있었다”며 “고인은 서버 전체 아키텍처와 경로 탐색 전체를 담당하는 핵심 업무와 매니징, 개발실무, 개발리딩도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동료들은 밤늦게 업무 하는 그의 모습을 봐왔고 올 들어 더 일이 많아져 5월초 내비게이션 출시목표를 맞추려 5월 내내 고강도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새로운 인물인 임원B도 언급했다. 임원B은 임원A과 기술 적용을 두고 의견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고인에 대해 다른 조직장인 임원B의 업무지시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 사무장은 “(고인은) 타 조직 임원인 B씨의 업무지시를 많이 받았다. 상세한 조사를 위해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네이버 “외부 업체 조사 중, 노사협과 투명하게 공유”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자체 조사를 마무리 짓기 위한 사측의 자료 제출을 수차례 독촉했다. △고인의 사내 메신저(웍스) 이력과 사내망 접속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A의 사내 메신저(웍스) 기록 △고인과 임원A 그리고 임원B간 오갔던 사내 메신저(웍스), 메일, 사내소스관리도구(OSS) 자료 △2019년 1월 이후 지도 업무 중 퇴사한 직원들의 퇴사 면담 이력 △2021년초 진행된 임원B에 대한 신고 및 조치과정 등의 자료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점과 △회사 기밀 유출 우려 때문에 노조에 직접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외부업체 2곳에 조사를 의뢰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부터 조사를 착수했고 3주간 기간을 예정하고 있다. 추가 조사 필요 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사외이사만 포함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사실 확인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조사의 전 과정에 대해서도 NVO(노사협의회)와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른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 증폭은 그만…언론은 중용 지켜야”

이날 네이버 노조 발표와 관련, 노사 갈등이 들불처럼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부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그전까지 언론이 중심을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전 한국미디어경영학회장)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반향이 큰 이슈로 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노조 주장이 100%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벌써 잘잘못을 가리는 일각의 판단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외부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이런저런 설은 이슈를 증폭시킬 뿐”이라며 “언론도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가 문을 닫고 폐쇄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확립되기를 바라는 거 아닌가?”라며 “언론은 중용을 지켜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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