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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논의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논의된 사안 중 일부는 핵심협약에서 문제 삼고 있는 범위를 벗어난 부분 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 논의해선 안 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과도하게 협약 비준과 다른 문제를 연결시키면 협약비준 과정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경사노위 산하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때 사용차측은 △파업시 대체인력 무제한 허용 △사업장 내 모든 쟁의행위 금지 △단협 유효기간 4년으로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엄격화 △예방적 직장폐쇄 허용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 국장은 “ILO 협약은 200여개가 있다. 이 중에서 보편적으로, 전세계가 어떤 노동자가 어떤 상황이더라도 항상 적용돼야 하는 8개를 추린 게 핵심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모든 과정의 끝이 아니라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비준 이후에 관련된 제도나 법은 개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폭넓게 다양한 논의를 해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밀린 숙제’로 표현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연합(EU)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모두 관심사다. 특히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계속 미루자 지난해 12월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의 분쟁 해결 절차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다. 한국과 EU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국장은 “EU만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근심하는게 아니다”며 “OECD 국가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EU는 가치연합이라고 한다. 무역문제를 단순히 물건의 거래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에도 관심이 있다”며 “EU가 이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ILO에도 관련 목소리가 계속해서 전달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ILO 100주년 총회 전에 한국이 ILO 핵심협약과 관련된 진전된 행보를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이 국장은 “한국이 ILO 100주년 총회 전에 ILO 핵심협약에 대한 논의가 건설적으로 이뤄져서 비준 절차에 들어가거나 비준 의사를 확인하는 등 진전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100주년 총회 기조연설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ILO에서는 이미 초대장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노동 문제에 대해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제를 선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문 대통령이 총회에 온다면 한국의 국제 노동에 대한 기여는 1.0에서 2.0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