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해운업 구조조정 이후 운송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데다 여행수지마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이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며 여행수지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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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올해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59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 팔아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2012년 3월 이후 61개월 연속이라는 가장 긴 기간 흑자 행진이 이어졌지만 그 규모가 2월 84억달러는 물론 지난해 3월 105억5000만달러 대비 축소됐다.
1월 52억8000만달러, 2월 84억달러에 이어 3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며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196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4년 1분기 131억5000만달러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서비스수지다.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3월 32억7000만달러로 1월 33억6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1월과 3월 역대 가장 나쁜 실적을 내며 1분기 서비스수지는 88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특히 운송수지는 지난해, 1996년 이후 2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교역량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선박이 더 많은 상황이어서 운임이 오르질 않고 있다. 여기에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한진해운 물량이 현대상선(011200)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못했다. 3월 운송수지가 6억2000만달러로 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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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걱정이다. 3월 여행수지에 일부 반영됐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미 3월15일 이후 중국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 이후 3월 우리나라는 방문한 중국인은 지난해 3월 대비 40.0% 급감한 36만명에 그쳤다. 일본 동남아 등 관광객이 늘었는데도 전체 관광객은 11.2%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간 출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7% 늘어나며 3월 여행수지는 13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 7월 14억7000만달러 적자 이후 최대치다.
한은에서도 당분간 여행수지 적자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월16일부터 4월9일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6%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것.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적자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한·중 간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여행수지도 계속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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