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추 차관은 ‘21일 배포가 예정된 상세본에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으며, 그때 배경 브리핑을 진행하겠다’는 대답으로 이날 브리핑을 마쳤다.
풍경 둘. 상세본 배포 및 배경 브리핑 예정일보다 하루 앞선 20일 오후 11시. 기재부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왔다. 하루 뒤로 예정됐던 상세본 배포 및 배경 브리핑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실무작업이 늦어져 연기됐다’는 이유였다. 상세본 배포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풍경 셋. 보도 엠바고 시점인 25일을 불과 하루 앞둔 24일. 그때까지도 상세본 배포에 대한 공지는 전혀 없었다. 아무리 늦어도 하루 전에는 자료 배포와 브리핑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 기자들은 기재부 기자실을 가득 매운 채 아침부터 자리를 지켰다. 오후 3시 대변인 브리핑에는 상세본 배포가 언제쯤 가능하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대변인의 대답은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였다. 그리고 24일에도 끝내 100대 실행과제가 담긴 상세본은 배포되지 않았다.
풍경 넷. 보도 엠바고 시간인 오전 10시45분을 불과 2시간여 앞둔 8시15분. 정오로 예정됐던 부총리 주재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합동 브리핑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여전히 소식이 없던 상세본 배포는 박근혜대통령 담화가 끝나는 예정 시간인 10시45분 이후 ‘주요대책 및 우리경제 모습 등 담화내용과 관련된 참고자료를 발표하겠다’는 문자 한통으로 마무리 됐다. 그리고 오후 2시20분. ‘3대 전략 15대 핵심과제 100대 실행과제’가 ‘3대전략 9대 핵심과제 및 통일시대준비 과제’로 변경됐다는 ‘쐐기타’가 날아왔다.
통상 국민 경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책은 보도 시한을 설정하고, 그 전에 이미 완성된 자료를 배포한 뒤 배경 설명을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만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충분히 자료를 읽고 이해해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배경 설명 전까지 자료가 완벽하게 마련돼있어야 하는 것은 두 말 하면 입 아픈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다.
일련의 사태가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박근혜정부 임기 대부분에 걸쳐 추진될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앞서 진행된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의식, 상당 내용을 빼놓고 진행했다. 결국 올해 업무보고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올해는 물론, 향후 3년을 내다볼 수 있는 지침인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지침의 완성본이 발표 시점까지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내용면에서는 더욱 실망스럽다. 그동안 나왔던 내용의 나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재부에서조차 ‘새로운 아이템보다는 기존에 밝힌 것에 대한 구체적 후속 실천방안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할 정도다. 그나마도 확실한 방향조차 제시된 것이 거의 없다.
이는 3개년 계획의 준비 시간만 생각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개년 계획은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됐다. 신년사 발표를 기점으로 기껏해야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투자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3개년을 아우르는 방대한 정책이 불과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과정이 좋지 않은데 결과가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정부의 ‘야심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둘러싼 촌극을 보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면 지나친 기우(杞憂)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