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듣고 천대받던 바텐더? “열정과 노력으로 바꿔냈죠”

8년 연속 ‘아시아 베스트 바 50’ 선정 ‘르챔버’
엄도환 임재진 오너 바텐더 의기투합 공간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등용문…“후배 바텐더 귀감”
  • 등록 2024-05-09 오후 3:15:22

    수정 2024-05-09 오후 7:19:00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제가 처음 바텐더로 일할 때만 해도 바텐더는 천대받는 직종이었습니다. 손님들의 반말은 기본이고 쇼하는 직업으로 여겨졌죠. 부모님도 극구 반대하셨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주류에 대한 이해와 칵테일 메이킹, 패션 등 배경 지식,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접대) 등 바텐더들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바 문화’가 바뀐 영향입니다.”

르챔버 바의 임재진(왼쪽), 엄도환 오너 바텐더.(사진=디아지오)
‘국내 바의 격전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바 ‘르챔버’의 오너 바텐더인 임재진 대표는 국내 바 문화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지 바의 숫자가 늘어난 것을 넘어서 질적 측면에서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주류회사 디아지오의 바텐딩 대회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1회 우승자다.

르챔버는 2014년 임 대표와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2회 우승자인 엄도환 오너 바텐더가 의기투합해 만든 곳으로 두 사람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르챔버는 매년 아시아 최고의 바를 선정하는 ‘아시아 베스트 바 50’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 르챔버의 명성은 자자하다. ‘한국의 바는 르챔버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실제로 2014년 르챔버 등장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바는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라는 콘셉트도 생소했다. 이는 과거 미국 금주법 시대 매장처럼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숨겨진 공간’을 뜻한다. 찾기 힘든 입구, 은밀한 모습, 알 수 없는 문구, 비밀스러운 메뉴 등 마치 수수께끼를 찾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르챔버는 국내 스피크이지 바의 선봉장 격이다. 지금도 르챔버는 입구 책장에서 책을 찾아야 문이 열리는 구조다. 임 대표는 “당시 바 업계에서는 유례없는 도전이었다”며 “후배 바텐더들이 다양한 바를 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엄 대표는 “르챔버의 품격과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했고, 이런 노력이 국내 바 문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디아지오의 월드클래스 대회가 없었다면 르챔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2009년 월드클래스 코리아 1회 대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엄 대표는 “당시 우승자였던 임 대표를 만났고 이후 더욱 철저히 준비해 2010년 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며 “2009년 대회에서 임 대표를 만나 현재까지 좋은 파트너,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들은 한국의 바 문화가 발전할 수 있던 배경으로 바텐더들의 열정과 노력을 꼽았다. 후배 바텐더를 향해 엄 대표는 “바텐딩, 프레젠테이션 스킬 같은 전문 소양을 갖추고 이를 검증받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임 대표는 “스스로를 과대포장 하지 않아야 한다”며 “주류 지식과 칵테일의 연습과 개발을 이어가는 내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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