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독재자' 엘살바도르 대통령, 재선 성공

4일 대선…83% 넘는 득표율로 사실상 1위
폭력배 소탕작전 성공했지만, 인권침해 논란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 칭해
  • 등록 2024-02-05 오후 3:22:57

    수정 2024-02-05 오후 3:22:57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고 자칭한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중미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을 확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선거법원(TSE)은 이날 밤 12시 기준 개표율이 31.49%인 가운데 부켈레 대통령이 82.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5명 후보 중 2·3위 득표율은 6∼7%대에 그쳤다.

이로써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에 이어 올해 6월 1일부터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또 수행하게 됐다.

부켈레 대통령의 재선 승리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다. 앞서 그는 TSE 공식 집계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저는) 대선에서 85% 이상의 득표율을 보일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라고 일찌감치 승리를 자신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4년여간 갱단과의 전쟁 및 부패 척결 정책을 펼치면서 엘살바도르 치안을 안정시켰다. 이 결과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에 달했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떨어졌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7만5000명 넘는 폭력배를 체포하는 등 소탕 작전을 펼쳐왔다.

부켈레는 투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국토의 85%가 갱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지만, 저희는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건강하게 나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발전, 빈곤율 감소, 치안 안정화가 국정 운영의 핵심 목표”라며 ‘2기 정부’에서도 지금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독재자’라는 별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영장 없는 가택 수색 등 인권 침해 비난을 샀다. 선거기간 중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선거법 조항을 폐지하기도 해 위헌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국가 예산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자기 소개란에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고 쓰는 등 괴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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