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던 10분"...산책하다 떠내려가 숨지고 전철도 멈춰

  • 등록 2023-07-11 오후 6:22:44

    수정 2023-07-11 오후 6:22:4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11일 전국 곳곳에서 ‘물폭탄’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경기 여주에서는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사망했다.

경찰과 소방은 ‘운동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 3시간 만인 오후 1시 26분께 실종 지점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수풀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이 남성이 하천에 휩쓸렸을 당시 여주에는 시간당 최고 60㎜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경찰은 남성이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휩쓸리는 장면이 찍힌 주변 CCTV를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1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여주시 소양천에서 70대 남성이 빗물에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진은 119 구조대원들의 수색 모습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부산에서도 70대 여성 1명이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70대로부터 함께 있던 70대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의 시간당 강수량이 70㎜가 넘어서는 등 많은 비가 쏟아졌다.

서울 영등포역과 금천구청역을 지나던 수도권 전철 1호선은 폭우로 한때 멈춰 섰다.

오후 4시께 멈췄던 전철은 10분 만에 운행이 재개됐는데, 코레일은 다만 해당 구간이 원래 지대가 낮아 비가 더 오면 또다시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반고개역 인근 야외 매장이 강한 비바람에 주저앉은 가운데 상인들이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에서도 기습 폭우로 인한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온라인에는 ‘실시간 미쳐버린 폭우’, ‘10분 정도 미쳤던 대구 상황’이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물폭탄이 쏟아져 간판과 가로수 등이 쓰러진 길거리 모습이 사진으로 공유됐다.

오후 2시 9분께 대구 중구 청라언덕역 인근 5차선 도로인 달구벌대로에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통행이 제한되는가 하면, 2시 30분께 달서구 성서공단에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2대 위를 덮쳤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호우로 인한 피해 신고가 78건 접수됐다.

호우경보가 내리진 11일 오후 부산 온천천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2일)까지 수도권과 강원내륙, 강원산지, 충청, 호남, 경북북부내륙에 50~120㎜, 경북에 20~80㎜, 강원동해안·경남·제주·울릉도·독도·서해5도에 5~60㎜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남부와 전북에는 최대 200㎜ 이상, 충청북부와 전남, 경북북부내륙에도 최대 150㎜ 이상 강수가 예상된다.

시간당 30mm의 비가 3시간 정도 집중되면 호우 피해가 나기 시작하고, 시간당 40~50mm의 비가 내리면 빠르면 2시간 안에, 50~60mm 이상 집중되면 1시간 안에도 침수 피해나 하천 범람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상청은 이날 밤과 내일 언제, 어느 지역으로 강한 비가 집중될지 알 수 없는 ‘도깨비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모레(13일)부터 다음 주 초반까지 정체전선 영향으로 전국에 호우가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산사태와 저지대 침수, 범람 등에 철저한 대비와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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