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오비맥주 노동조합 파업이 연기됐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선 것인데, 양측 입장 차가 여전한 만큼 여름 성수기 ‘맥주 대란’ 우려는 채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 오비맥주 카스. (사진=오비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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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오비맥주노동조합은 다음달 1일 사측과 만나 임금 협상을 재개할 전망이다.
오비맥주 노조는 지난 22일 임금 및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87.14%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오비맥주의 경우 이천공장과 광주공장이 파업의 영향권으로, 두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오비맥주 전체 물량의 60~70%를 차지한다.
오비맥주와 노조는 올해 11차례 협상을 진행 했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24%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임금 5%에 복지 2.3% 등 7.3% 인상률을 제시했다.
주류업계 성수기인 8월 파업을 예고하면서 맥주 대란 우려를 키웠지만, 일단 노사가 협상에 나서면서 당분간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입장 차이가 뚜렷한 만큼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남아 있어 불확실성은 크다. 오비맥주는 이미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고량이 평시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지는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협상이 불발을 거듭, 노조 파업이 가시화될 경우 맥주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이천과 광주 두 공장의 하루 평균 출고량은 맥주 30만~40만 상자다. 한 상자에 30병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최대 1200만병 이상의 맥주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오비맥주 청주공장과 영업이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오비맥주지회는 이날 오후 3시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을 점거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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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 화물 연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 차주와 4개월째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지난달 14일 타결됐지만, 이들은 운임료 30% 인상과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58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는 협상 주체인 수양물류가 아닌 원청인 하이트진로에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어, 제대로 된 협상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마당이다.
최근 파업이 격화하면서 지난 22~23일 이천·청주 공장 시위로 소주 30만 상자 이상 분량의 출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틀간 1000만병 이상의 소주를 공급하지 못한 셈이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출고율은 80%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성수기를 앞둔 상황인 만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사가 한발 양보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지만 쉽지가 않다”며 “공급 차질을 빚지 않도록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