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했던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이 하루아침에 완판 신화를 썼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서초동 자택 인근에서 경찰견과 찍은 사진에서 착용한 슬리퍼가 화제가 되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절망의 터널을 견뎌온 ‘제뉴인그립’ 직원들은 요즘 ‘희망’을 말한다고 한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 앞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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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조준일 제뉴인그립 대표(46)는 “많은 중소기업이 팬데믹 절망의 터널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김건희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직접 감사 표현을 전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능성 워크 슈즈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하고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마음을 돌려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때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다. 해외 출장 중 우연히 직업별 업무 환경에 따라 워크 슈즈로 갈아 신는 모습을 접한 그는 국내에도 이 같은 문화가 정착할 것 같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에 오래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2019년 12월 제뉴인그립에 합류했다.
| ▲조준일 제뉴인그립 대표가 인천 공장 쇼룸에서 보르도30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뉴인그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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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뉴인그립은 ‘기능성 워크 슈즈’ 브랜드로 업력으로는 16년이 된 꽤 오래된 회사다. 조리화, 의료화, 건설 현장 작업화 등 전문 업장에 특화 한 신발을 제조하며 기업 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레스토랑·호텔 관련 산업이 침체되면서 매출은 80% 꺾였고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화제가 된 ‘보르도30’은 제뉴인그립의 도전이자 희망인 제품이었다. 조 대표는 코로나로 침체된 회사의 활로를 찾기 위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섰다. 그는 “코로나 위기에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던 중 기존 고객들로부터 주방 외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신는 기능성 블로퍼(슬리퍼) 개발 요청을 받게 됐고 만든 게 보르도30”이라며 “이번 이슈로 직원들과 느낀 벅찬 감정과 고객들에 대한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슬리퍼로 이름을 알린 후 보르도30 제품 매출은 5배 이상 뛰었다. 지난 25일 추가 입고를 진행했지만 2차 입고분도 판매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보르도30 완판 이후 홈페이지 접속자 수가 급상승하면서 전체 매출도 2배 가량 상승했다.
과거에는 CJ푸드빌, 롯데GRS 등 식품 기업과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 단체급식 관련 B2B 매출이 압도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한 결과 B2B와 B2C 거래 비율은 6:4 수준이 됐다.
| ▲제뉴인그립 조리화를 신은 박건영 셰프와 조아라 셰프. (사진=제뉴인그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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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제뉴인그립의 브랜드 경쟁력으로 ‘편안함’과 ‘기술력’을 꼽았다. 기능성 워크 슈즈답게 발의 피로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깔창과 라이닝에는 안정성과 기능성이 검증된 특수 원단을 사용한다.
특히 제뉴인그립은 물과 세제 사용이 많은 주방을 비롯해 산업 재해 중 가장 빈도가 높은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해 부단한 연구개발(R&D) 끝에 관련 다수 특허를 획득했다. 이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FITI 시험연구원 등 민관 검사기관으로부터 미끄럼방지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위생 신발 개발에 집중했다. 조 대표는 학부 때 식품 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기업에서 일하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학원 진학 후 식품 위해 미생물 연구를 하며 보건·위생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항바이러스 첨단 소재 회사와 협업을 통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진 바이오 물질을 코팅한 신발을 개발했다. 모든 제품은 항균, 항취, 피부무자극, 유해물질 검사를 완료한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일할 때 뿐만 아니라 언제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다용도 멀티 슈즈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많은 고객들이 제품 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라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조준일 제뉴인그립 대표가 인천 미추홀구 공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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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뉴인그립의 올해 목표는 ‘고객과의 만남’을 확대하는 것이다. 워크 슈즈를 포함해 수제화 등은 30년 이상 경력의 5명의 신발 제조 장인이 만든다. 현재 ‘제네핏(GENEFIT)’ 앱을 다운받아 발 사이즈와 높이를 측정하면 자신의 발에 딱 맞는 개인 맞춤 깔창(인솔)을 제작할 수 있다. IT 기술을 접목해 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개인 맞춤형 제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 등을 통해 소중한 고객과의 만남의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고객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하고자 한다”며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도전하며 대한민국 신발 제조업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