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논란으로 군사시설들이 잇따라 외부에 공개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스스로 국방부 영내 지하 벙커와 연결통로를 언급하는가 하면, 외부인들이 알 수 없는 주요 정보들이 그대로 일반 국민들에게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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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제시설인 ‘지하벙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에 진땀을 뺐다. 서 장관은 이날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용산 국방부 내에 지하 벙커가 있느냐’는 질문에 “얘기를 안 했으면 하는 게 저희 생각인데”라고 답한 뒤 어쩔 수 없이 “뭐,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이 ‘지하통로가 있느냐’라고 재차 묻자 서 장관은 “의원님, 그런 말씀은 비공개로 해주시거나 개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잇단 질문에 난감해하는 서 장관을 향해 “아주 적절한 답변”이라며 “지금 장관께서도 그 말씀을 못 하시는 것, 법 때문에, 보안 때문에, 안보 때문에”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 기자회견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당시 윤 당선인은 조감도상 국방부 청사 앞 이곳저곳을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국방부와 합참의 지하벙커(지휘통제실) 위치와 이를 연결하는 통로를 설명한바 있다.
특히 이날 국방위에서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50여개 체계로 구성돼 있고, 이중 하나가 국방부 및 합참 벙커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게다가 국방부 지하벙커와 합참 지하벙커가 동일한 시스템으로 돼 있고, 유사시 국방부 장관은 집무실이 아닌 국방부 지하벙커에서 보고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전시에는 국방부 및 합참 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한강 이남 지역 벙커로 이동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 서욱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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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 수도방위사령부 이전 문제에서도 비밀 시설인 벙커 위치가 노출됐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 당시 “합참 청사는 한미연합사령부와의 협조를 고려해 용산지역에 자리 잡았지만,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전쟁 지휘 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태령에 있는 수방사에 벙커 형태의 전쟁지휘 본부가 있는데, 합참이 여기로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지하시설은 역대 한국 대통령이나 미국 고위인사가 방문하면서 존재 자체는 외부에 알려졌었다. 그러나 지하벙커가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적으로 거론된바 없다. 언론 보도에 군 당국이 확인해 준 적도 없다. 유사시 적에게 표적이 될 수 있는 보안 사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