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스케이, 김태구-박광철 대표 대립…경영권 분쟁조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디에스케이(109740)가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창업주인 김태구 대표와 지난해 경영진으로 참여한 박광철 대표·정찬희 프로톡스 부회장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박 대표와 정 부회장이 대표조합원으로 있는 프로톡스1호조합에 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하며 내줬던 최대주주 지위를 최근 1년2개월만에 되찾았다. 박 대표와 정 부회장은 프로톡스와 메디카코리아를 인수하며 신사업인 보톡스(보톨리눔 톡신) 사업을 주도해왔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대표와 디에스케이는 박 대표와 정 부회장이 프로톡스와 메디카코리아를 대상으로 횡령을 저지르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 대표는 프로톡스와 메디카코리아의 회장으로, 정 부회장도 메디카코리아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회사는 디에스케이→프로톡스→메디카코리아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김 대표는 1분기 메디카코리아 재무제표 작성과정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여금이 발생했다가 상환된 사실을 알고 회계자료를 요구했으나 자료제출을 거부했다고 디에스케이 홈페이지 공문을 통해 설명했다. 이에 박홍병 감사가 상법에 따라 회계협조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1995년 디에스케이를 설립한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자신과 부인 이미숙 씨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중 210만주를 프로톡스1호조합에 2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30%가 넘던 김 대표의 지분율은 10.85%로 떨어져 2대주주로 머물렀다. 최근 신주인수권 행사로 50여만주를 취득하고 시간외매매로 20만주를 사들이면서 13.22%의 지분율을 확보해 다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프로톡스1호조합과의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대표보고자를 변경해 따로 공시하면서 선을 그었다.

지난해 3월 디에스케이 지분인수 당시 프로톡스1호조합은 200억원의 출자금을 갖춘 투자목적회사로 박 대표와 정 부회장이 각각 50%의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시 정관에 보톡스 제조 및 판매 등의 사업목적 추가,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제3자배정, 임원 선임 지정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대표와 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정연호·정용훈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프로톡스 최대주주였던 정용훈 씨는 사외이사 선임 일주일만에 프로톡스의 기술고문 재직을 사유로 중도퇴임했다. 프로톡스1호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105만1678주에 대해 조합원현물배분을 실시했으며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 74만2115주 전량도 현물배분했다. 프로톡스1호조합은 현재 디에스케이 지분 12.82%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와 박 대표는 디에스케이의 각자 대표로서 김 대표는 평판디스플레이용 장비제조업을 담당하고 박 대표는 신사업인 보톡스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신사업을 위해 지난해 4월 167억원 규모의 의약품업체 프로톡스 지분을 매입했고 7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83억원 규모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51.59%로 확대했다. 디에스케이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각각 100억원 규모로 발행해 인수자금을 조달했다. 비슷한 시기 프로톡스는 디에스케이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 화장품업체 메디카코리아 지분 51.11%를 379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지분 인수 당시 프로톡스는 2015년 기준 자산 20억원, 자본금 16억원 규모의 회사였으며 지난해까지 사업을 통한 매출액은 발생하지 않았다. 디에스케이는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 595억원과 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바이오사업 투자비용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3% 급감했다.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덩치가 커지면서 디에스케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0% 넘게 줄어든 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신사업 진출로 인한 여파가 남아있다.

아직 신사업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간 지분율 차이가 채 0.5%도 안될 정도로 미미해 분쟁의 소용돌이는 더욱 극심해질 여지도 있다. 김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에 2~3차례 올린 공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투명경영을 위해 최대주주로 복귀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분율이 확 차이나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직원들도 들은 내용이 없어 많이 놀랐는데 경영권 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