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은 해변을 따라 걷고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즐긴다. 그런데 바닷속은 어떨까?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가 무성하고 갖가지 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을까?
우리나라 바닷속 ‘시름’
22일 한국수산자원공단으로부터 전달받은 '전국 연안 갯녹음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바닷속 암반의 33.5%는 해조류가 사라지고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관찰됐다.
또 현재 추세로 40년 후인 2060년에는 우리나라 연안 전체에서 갯녹음 현상이 진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갯녹음 현상이란 △과도한 연안개발 △환경 오염 △조식동물(해조류를 먹는 동물)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에 사는 미역·감태·모자반 등의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시멘트와 같은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는 일명 ‘바다 사막화’ 현상이다.
해역별로는 △동해 암반의 48.3% △제주 33.3% △남해 12.6% △서해 7.4%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러한 갯녹음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해양생태계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섬 제주 바다?
녹색연합은 지난 4월 20일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 24곳에 갯녹음 현상이 심각 단계에 있다고 알렸다.
이 조사는 제주 연안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 지역) 43곳을 대상으로 올 2~3월 진행됐다.
갯녹음…"복합적 이유로 생겨"
김정현 제주대학교 지구해양과학과 교수는 "갯녹음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가장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며 "지하수에서 오염된 물질들이 연안으로 공급되거나, 제주 연안에 있는 약 300여 개의 양식장의 배출수로 인해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주희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활동가는 "얼만큼의 영향인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기후위기가 갯녹음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 남부가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어 북부보다 약 1~2도 따뜻한 물이 흐른다"며 "남부가 갯녹음 현상이 더 심각한 걸 보면 수온 상승의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염 물질 배출과 같은 인간 활동의 영향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가파도나 마라도 등 제주 남부 부속 섬들이 본섬보다 수온이 더 높음에도 갯녹음 현상은 제주 본섬이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