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다시 만나는 남양vs한앤코…변곡점 맞나

[마켓인] 남양유업·한앤코 소송 당사자 출석 D-7
논란의 중심 당사자들 한 자리에…출석 시간은 달라
쌍방자문·백미당·처우 새로운 증거 나오면 새 국면
  • 등록 2022-06-14 오후 4:27:06

    수정 2022-06-14 오후 4:27:06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사상 초유의 ‘인수·합병(M&A) 노쇼’ 사태를 두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남양유업(003920)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약 당사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증인 신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M&A 거래의 핵심 인물(함춘승 피에치앤컴퍼니 사장)이 참여한 지난 증인 신문에서 새로운 사실이 연달아 드러난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대표가 다음 변론기일에서 어떤 입장을 드러낼지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홍 회장, 쌍방자문 사실 인지”

14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1일 계약 당사자인 홍 회장과 한 대표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번 소송은 한앤코가 지난해 홍 회장과 그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홍 회장 측의 계약 파기로 불거졌다.

IB 업계에서는 남양유업과의 법적 다툼이 한앤코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매매계약(SPA)의 유효성과 ▲백미당 매각 제외 여부 ▲ 홍 회장 및 일가 처우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 지난 증인 신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앤코가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법적 공방의 향방을 유추하기 위해서는 지난 증인 신문 과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SPA 계약과 관련해 홍 회장 측은 그간 김앤장이 남양유업과 한앤코를 동시에 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 홍 회장 본인 의사와 다르게 김앤장이 배임적 대리권을 행사해 계약이 체결된 만큼, 계약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앤코 측은 이에 대해 김앤장이 매도인을 대신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며, M&A 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쌍방 법무 자문을 한 것이라 무효 법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홍 회장과 한앤코, 김앤장 간 오간 이메일 등이 공개된 지난 증인 신문에서 함춘승 사장은 법률자문 선임에 앞서 홍 회장에게 김앤장을 추천하며 한앤코의 김앤장 선임 사실을 공유했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해당 딜(deal)에 이해 상충 이슈가 없을 것 같아 김앤장을 추천했고, 홍 회장도 이에 동의했다”며 특히 김앤장 변호사들이 쌍방을 대리한 것이 아니라 법률자문을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논의된 바 없는 백미당 매각제외”

백미당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홍 회장 측은 계약 체결 시점 백미당의 분사 및 ‘매각 제외’에 대한 별도의 유효한 합의가 있었지만, 한앤코가 이를 어겨 거래가 종결됐다고 주장해왔다. 한앤코 측은 매각제외는 확약된 바 없으며, 공시 이후 하루 만에 주가가 크게 오르자 곧바로 가격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점을 피력했다.

증인 신문에서 공개된 함춘승 사장과 홍 회장 간의 문자 내용에 따르면 홍 회장은 함 사장에게 외식사업부의 우선협상권이 필요없다고 전달했다. 함 사장은 “계약에 앞서 백미당 협상과 관련해 홍 회장은 필요 없다는 발언을 해 더는 논의하지도 않았고, 계약에도 반영하지 않았다”며 “홍 회장은 백미당이 적자가 나는 구조이고, 이운경(홍 회장 아내)이 백미당을 경영할 능력이 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계약 체결 전에는 백미당을 포기했다가 막상 계약 체결 이후 백미당을 거론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홍 회장 일가 처우도 “별도 합의 NO”

홍 회장의 고문 위촉 등 일가 처우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은 대조된다. 홍 회장 측은 본인과 가족 임원에 대한 처우 보장이 확약됐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앤코 측은 공식 문서 외에 별도의 합의나 확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면배치되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증인 신문에서 함 사장은 홍 회장의 고문 위촉에 대한 구두 합의는 있었지만, 두 아들에 대한 특혜 제공 및 보장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 회장에 대한 고문 위촉은 계약 체결 일주일 전쯤 한앤코와 구두 합의된 바 있다”며 “고문료는 없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문위촉제안서나 확인서 이외에 오너 일가 예우에 대한 별도 합의도 없었다”며 “있었다면 홍 회장이 서면으로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함 사장이 한앤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증언을 한 만큼, 다가오는 증인 신문에서 홍원식 회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개된 이메일 및 문자 내용, 함 사장 증언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 측이 새롭게 제시해야 할 근거가 많다”며 “지난 증인 신문에서 홍 회장 측이 계약당사자들의 도장이나 서명 등이 날인되지 않은 별도 합의서를 증거로 제출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근거로는 계약 무효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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