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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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올해 세 번째 회의를 열고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기존에 설정한 목표 비중은 그대로 두지만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여유 범위를 지금보다 늘리는 방식이다.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상의 목표 비중을 정해놓고 이를 맞추고 있는데, 목표 비중 앞뒤로 일종의 여유 공간인 투자허용범위를 두고 이 범위 내에 있는 경우 목표 비중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만약 SAA 허용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게 되면 지수가 오르면서 국내주식 자산 비중이 커지는 경우에 지금처럼 기계적으로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대신 국민연금의 재량 범위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말 들어 연기금 매도세가 이어지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연기금이 기계적 운용으로 지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기금위원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대신 다음 기금위에서 이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형훈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날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목표비중을 유지하는 규칙을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공감대는 많이 있었는데 시기와 규모, 조정 정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6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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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자비중 조정 안건은 기금위 상정 이전 산하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 등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 등을 고려할 경우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함께 전달되면서 기금위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보인다.
기금위가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리밸런싱 논의는 다시 실무 검토 단계를 밟을 전망이다. 이형훈 국장은 “기금운용지침의 개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안건이나 시장 상황, 운용 경과 등 데이터를 마련하고 절차를 거쳐 재논의 안건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기금위는 오는 4월 말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이날(26일)도 코스피시장에서 525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최장기간 매도세 이후 15일과 16일에 매수세로 돌아왔지만 17일부터 다시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의 순매도 금액은 8조7185억원에 달한다.
| 국민연금 자산배분계획 (그래픽=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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