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세계 중앙은행들의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발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디지털 화폐의 잠재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갔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란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발행한 연구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이 고유의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사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디지털 화폐가 미국 경제를 3%가량 확장할 수 있는 영향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또한 디지털 화폐 활용이 가능해질 경우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금융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실물은 없지만 온라인 상에서 거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누구와도 실물화폐처럼 대규모 금액을 거래할 수 있다. 또한 화폐 교환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경우에만 가능해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현금 거래처럼 은행 간 거래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당사자들이 거래를 하면서 은행에 거래 기록을 남길 필요도 없어 익명성이 보장되고 은행 수수료 등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는 중앙은행이 최초의 실물 화폐를 찍어내더라도 상업은행들이 개인과 기업의 예금 등을 활용한 대출 등의 방식으로 돈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도입될 경우 상업은행을 활용한 거래보다 가상화페를 통한 당사자간 직접 거래가 궁극적으로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중앙은행의 가상화폐 발행은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한편 결국 시중의 현금, 가상화폐 양쪽 모두에서 중앙은행의 통화 통제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중앙은행이 더욱 효과적으로 경제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란은행은 “중앙은행이 가상 화폐 등을 도입하게 되면 지금의 거래보다 더 싸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며 “상업은행의 예금 및 뱅킹시스템에도 막대한 연쇄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 스텔라 전 국제통화기금(IMF) 디렉터는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도입할 경우 어떻게 상업은행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캐나다중앙은행(BOC)도 비트코인 핵심기술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