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지구상의 어떤 2사람도 평균 4사람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 사회란 결국 네트워크다. 세상의 많은 네트워크가 항공망과 유사한 구조를 띄는 만큼 기업의 합병과 구조조정에도 직원 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면 조직과 사원들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정하웅 KAIST 석좌교수가 23일 150여명의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한 말이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의 대표 저자인 정 교수가 복잡계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기업 경영에 빗대어 설명하자 이날 자리에 모인 CEO들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눈을 반짝였다. 정 교수는 HP가 직원의 이메일 네트워크를 분석해 직원들의 자리를 재배치하자 능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사례, 구글이 검색 엔진을 통해 독감 환자의 수를 찾아냈지만 실패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공한 사례를 전달했다.
정 교수는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자칫 빅데이터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동일시하는 빅데이터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면서 “데이터는 힌트를 줄 뿐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위에 널려있는 빅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연결해 이들의 인과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생산성본부가 중견·중소기업 CEO들에게 AI(인공지능), 사물지능화,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CEO 북클럽의 총괄 기획을 맡고 있는 정갑영 전 연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엄선된 각 분야 최고의 명저와 강의를 통해 기업의 최고 경영자와 각계각층 리더에게 다가오는 ‘기술지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인 150명의 CEO들은 격주마다 ‘로봇정신’, ‘초연결시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등을 6개월간 순차적으로 읽게 된다.
차영태 중소기업경영혁신협회 상무는 “그간 빅데이터와 네트워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 수없이 들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 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명 교수들이 집필한 책을 읽고 저자에게 직접 강연을 듣는다면 수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실제 비지니스에도 새로운 기술을 연결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알파고 이후 AI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이미 변화의 서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며 “그간 AI 등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를 주제로 한 세미나나 포럼 등이 단발적, 일회적으로 진행됐지만 국내에서 CEO를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트렌드를 심층 학습하는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CEO북클럽’에 참석한 중견·중소기업인들이 정하웅 KAIST 석좌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생산성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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