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만큼 기초도 중요”···DNA 손상·복구 원리 파헤치는 연구자 이유는

[인터뷰]강석현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연구위원
DNA 손상복구 연구로 암 질환 극복 실마리
개별 단백질 아닌 단백질 간 네트워크 연구로 확장
  • 등록 2024-12-03 오후 3:48:06

    수정 2024-12-03 오후 7:04:5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리 몸에는 아직 과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디옥시리보핵산)은 더 그렇다. DNA는 내외부적인 환경요인으로 손상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몸에서는 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체계가 작동한다. DNA 손상, 복구 과정에서 때론 오류들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과정들이 쌓여 암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25일 울산과학기술원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에서 만난 강석현 연구위원은 질환을 극복하는 단서를 찾는 기초과학 연구자다. 강 연구위원은 “응용 연구가 중요한 만큼 기초 연구도 중요하다”며 “DNA 손상·복구 기전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해 질환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석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자료=기초과학연구원)
강 연구위원이 우리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기초과학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응용제품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우리가 생활하는데 기본이 되는 신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미생물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았던 그가 세포 내부에서 분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항상성 유지 시스템의 매력에 푹 빠져 관련 연구를 하게 된 이유도 항상성 작동 체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대장균을 이용해 염색체 복제 관련 연구를 하던 그는 다시 효모 단백질, 인간 세포로 규모를 확장했고 2015년에 IBS 연구단이 출범하면서 귀국해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를 통해 암억제단백질인 ATAD5 단백질이 DNA 손상 시에도 DNA 복제가 중단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손상우회 신호’가 부적절하게 증폭되지 않도록 조절해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쉽게 말해 유전체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단백질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동안 개별 차원에서 연구가 이뤄졌다면 연구단은 단백질 간 상호작용과 구조적 특성을 알아내 신체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셈이다.

강 연구위원은 지난 2015년 출범한 연구단에 미국,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합류해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다시 세계적인 연구그룹으로 이동해 활약하고 있는 것처럼 기초과학 분야에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더해지면 우리나라에 인재가 몰리고, 세계적인 연구성과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의 목표는 개별 단백질 차원이 아닌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해 유전체가 안정성을 갖는 구조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ATAD5 단백질이 어떻게 단백질 활성을 조절하고, 다른 단백질들과 상호작용해 유전체 생성 조절에 기여하는지 연구하려고 한다”며 “다른 연구팀과도 협력해 염색체 복제와 손상 복구 과정에서의 작용 기전을 더 알아내고, 질환 극복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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