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범죄 특별법으로 한계…사회변화 반영해 형법 개정 필요"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인터뷰
"71년된 형법 골격 두고 형사특별법 난립"
"법체계 들쭉날쭉…명확성 등 헌법원칙 위배"
"獨 형법처럼 기본 형법이 특별법 포섭해야"
"일수벌금제 등 형벌 다양화…형량 논의 필요"
  • 등록 2024-07-22 오후 5:10:00

    수정 2024-07-22 오후 6:52:31

[이데일리 백주아 성주원 기자] “새로운 범죄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형사 특별법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변화된 사회와 국민 인식을 수용하는 살아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1953년 제정·공포된 형법 전면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형법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은 최근 서울 우면동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 서울 우면동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하 원장은 우리 형법의 가장 큰 문제로 ‘체계 정합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71년 된 형법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 형벌을 포함하는 부수 형법을 통해 땜질식으로 대응하면서 형법 체계가 들쭉날쭉해졌다는 설명이다.

하 원장은 “문제에 즉각 대응하는 방식으로 특별법을 만들 때 처벌 강화에 초점을 두고 형벌을 높이게 되면 기존 법과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며 “대표적으로 성범죄는 형법 일부 개정에도 특별법과의 체계적 혼란 및 처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형주의를 원하는 포퓰리즘에 입각해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음주운전 사고 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처럼 비례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에 위배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기도 한다”며 “법은 명확해야 하지만 구성요건 자체가 추상적인 법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 원장은 올바른 형법 개정을 위한 방향으로 “모든 형사특별법을 포섭해 하나의 기본 형법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자와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독일은 형법 170조가 있으면 170조의1, 170조의2처럼 개정해 끼워 넣기 때문에 기본법인 형법 외에 다른 특별법이 거의 없다”며 “형법은 사실 법 체계상으로 헌법 밑에 있지만 형사법 전체로 보면 기본법이기 때문에 개정이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형법에 규정이 없거나 포섭이 안돼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입법자에게 전적으로 맡겨 짜깁기 식으로 가다 보면 ‘좀비 입법’만 무한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형벌 개정을 통한 형사 제재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소득이 더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벌금을 물리는 ‘일수벌금제’ 등이 그 예다.

하 원장은 “우리나라는 사형이 존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형의 경우 독일은 15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자유형 상한이 15년에서 30년으로 2배 뛰면서 법정형 자체도 상당히 높아졌고 형벌이 다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형벌뿐만 아니라 전자발찌, 치료감호 등 예방적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보완 처분의 다양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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