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못 본 아들이 학폭 가해자”…친권 없는 아빠의 고민

13년 못 본 아들의 학폭으로 동급생 숨져
유족들, 아버지 A씨에 손해배상 요구
  • 등록 2024-02-20 오후 4:48:50

    수정 2024-02-20 오후 4:48:5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이혼 후 13년 만에 아들의 소식을 알게 된 한 남성이 큰 충격에 빠졌다. 아들은 학교 폭력 가해자였으며 이로 인해 동급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것. 이 남성에게도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협의 이혼 13년 만에 아들의 소식을 알게 된 남성이 아들의 학폭으로 사망한 유족 측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고민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아내와 이혼 당시 아들은 두 돌이 지난 상태였다. 어린 아들에게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아내에게 넘겨줬다.

그렇게 13년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아들을 보지 못했다는 A씨는 “워낙 먹고 살기 바쁘기도 했고 아들을 보려면 아내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차마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고. 아들이 동급생을 오랫동안 괴롭혔으며 피해 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죽은 친구의 유족들은 아버지인 저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한다. 연락을 받기 전까지 저는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것도 몰랐다”며 “갑자기 거액을 물어 달라고 하니 너무나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13년 동안 함께 살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라는 이유로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나타냈다. A씨의 아들은 만 15세로 알려졌다.

사연을 접한 유혜진 변호사는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 친권자에 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A씨의 아들은 만 15세로 책임능력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며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며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 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봤다.

즉, 친권자인 A씨의 아내는 미성년자인 아들의 감독의무자로서 아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아들과 교류가 없던 A씨의 경우는 어떨까.

유 변호사는 “사연자는 이혼으로 인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비양육친”이라며 “비양육친에게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되지만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아버지라는 사정만으로 일반적, 일상적으로 아들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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