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894원까지 하락…원·엔 환율 4거래일째 800원대

지난 7월 28일 이후 ‘최저’ 수준
4거래일 연속 800원대 유지 중
달러·엔 환율 147엔대…엔화 약세 지속
골드만삭스 “향후 3년간 달러 대비 엔화 145엔대”
21~22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주목
  • 등록 2023-09-19 오후 5:32:43

    수정 2023-09-19 오후 7:17:45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자영업자 오세정(34) 씨는 이번 추석 장기 연휴를 맞아 일본 도쿄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4인 가족이 4박 5일 일정으로 가는 만큼 여행 경비에 적지 않은 목돈이 들어 환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최근 엔화가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지자, 예상했던 경비보다 넉넉하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오 씨는 “출발 전에 엔화가 싸져서 기분 좋다. 남는 돈으로 새로 나온 아이폰15를 사올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사진=AFP
원·엔 환율이 100엔당 894원까지 내렸다. 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영향이다. 향후 엔화가 145엔 수준으로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미국 긴축 종료 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4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엔 894.05원까지 내려가 지난 7월 28일 연중 최저치였던 890.29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는 지난 14일 900원을 하회하더니 4거래일 연속 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엔화가 800원대로 떨어진 건 미 달러화 대비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영향이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47엔 후반대로 전날보다 상승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저항선인 148엔대에 가까워졌다.

특히 이날은 장중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 값을 끌어내렸다. 국내은행 딜러는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 달러·엔 환율이 내려오질 않고 있다”면서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엔화가 추가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에 엔화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엔저로 일본여행을 계획한 이들의 ‘환전 수요’와 함께 저점에서 사서 향후 엔화가 올라갈 때 팔려는 ‘투자 수요’가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거주자 외화예금이 1050억달러로 석 달 째 증가, 6개월 만에 1000억달러를 재돌파했다. 특히 엔화 예금은 처음으로 8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엔저로 인해 엔화를 쌀 때 쟁여두자는 투자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미-일간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는 확신이 들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도 있다”며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발언 이후 엔화는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당국의 구두개입 수준에 그치자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엔화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고 머지않아 내려올 것이란 게 시장의 방향성인 만큼, 달러 약세와 함께 엔화도 약세 폭을 점차 줄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향후 3년 동안 일본 통화가 절상(화폐 가치 상승)될 거란 이전 전망과 달리 (앞으로 3년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5엔대에 거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은 오는 21~22일 열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엔화 방향성을 좌우할 키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일부 수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 가능성을 시사한 우에다 총재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관련 출구전략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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