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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삼성 주요 관계사는 향후 3년간 국내 180조원을 포함해 총 24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선다고 24일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11일 만에 나온 계획으로 지난 2018년 발표한 180조원 투자 계획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전자업계에서는 전체 투자액의 62%인 150조원 가량이 반도체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투자 가속화와 미국의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 등으로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까지 벌어지며 ‘3차 세계대전’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D램과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현재 신축 중인 평택캠퍼스 제3공장(P3)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P3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300K)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7세대 적층(V) 낸드플래시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반의 10나노급 D램 등 차세대 반도체도 생산할 예정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초미세 공정 적기 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혁신제품 경쟁력을 확보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을 넘어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로 미세 공정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에 GAA를 적용해 대만의 TSMC를 앞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정한 약 20조원(170억달러)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도 곧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마스크 부족 현상과 백신 수출 제한 등으로 바이오산업 주도권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바이오산업이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바이오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항체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한 상태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까지 완성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생산캐파(CAPA·생산능력)는 62만리터(L)로 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다.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0번째 제품이 임상에 돌입했고 이미 5개 제품이 글로벌시장에 출시되는 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CDMO 분야에서 5·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확보해 절대 우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시장에 신규 진출할 예정이며 바이오시밀러에서도 파이프라인 확대·고도화에 집중 투자한다. 아울러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클러스터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AI분야에서는 전 세계 거점 지역에 포진한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기기를 확대하는 등 연구와 일선 사업에서 모두 절대 우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미래 유망 사업으로 각광받는 로봇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도 추진한다.
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서는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화와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와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첨단산업 분야의 설계와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이 부회장의 가석방 후 머지않아 삼성이 대규모 투자 발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까지 나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힌 데다 이 부회장 사면론의 시발점도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가석방 당일 서초사옥에서 주요 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 등 삼성전자 각 사업 부문별로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방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이라며 “삼성은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계획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