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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세계 치대 전기차인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묘한 공생관계로 얽혀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실리콘밸리의 연결고리로 삼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19일(현지시간) 머스크의 보어링컴퍼니가 워싱턴DC-뉴욕 구간의 터널 예비굴착 및 준비를 위한 일종의 허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자기장 탄환 열차(하이퍼루프)가 성공적으로 운행되면 29분만에 주파가 가능하다.
머스크의 구상은 백악관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 CEO인 머스크는 앞서 LA 도심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터널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보어링컴퍼니를 설립했다.
트럼프 백악관의 속사정을 폭로해 베스트셀러가 된 <화염과 분노> 책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 전 찾아가 화성 탐사 등 우주개발 지원을 해달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이러한 머스크의 프로젝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어 둘의 관계가 우주 개발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 이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을 때 이를 비판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둘 사이는 진보 성향이 대다수인 실리콘밸리 기업인과는 다른 모양새다. 트럼프의 트위터에는 머스크를 칭찬하는 내용이 종종 올라오고, 머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산업계의 록스타’라는 별명의 머스크는 진보 성향의 사람들에게 “왜 (나쁜) 트럼프를 도와주느냐”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나는 개인(트럼프)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조언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통해 실리콘밸리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심어 놓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인종주의 옹호 발언으로 인해 신산업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왕따’가 된 처지다. 게다가 최근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트럼프 지지자 피터 틸 페이스북 이사가 실리콘밸리를 떠나겠다고 밝혀 트럼프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자신의 경영 노선에 맞지 않는 상대에게는 SNS를 통한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 12일 트위터에 “포드 주식이나 사라. 그들(포드)의 지배력은 놀라울 정도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캘리포니아주 교사 퇴직연금, CtW인베스트먼트그룹 등 일부 기관투자가가 테슬라 이사회에 머스크와 관계없는 독립적 이사진을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맞받아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기 트럭 ‘세미’와 4인용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깜짝 공개한 머스크가 ‘플라잉카’(비행자동차)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글을 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차량 공유서비스업체 우버 등이 몇 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플라잉카 개발·제작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테슬라의 전기차는 지금이라도 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조롱한 것이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새벽 시간에 일어나 트위터를 ‘디스(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일)’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묘하게 닮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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