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시 합격률 하향 추세 조짐..의대증원 무력화 가능성 상존

■이슈포커스-의대증원의 역설
내년 의대 1학년 7500명 교육..실습 등 문제 우려
의학교육 질 하락에 국시 합격률 낮아질 가능성↑
의대 정원 늘렸지만 되레 배출 의사 수 감소할 수도
의료계 "무너진 의학교육 시스템 복구하는게 우선"
  • 등록 2024-10-21 오후 4:02:27

    수정 2024-10-21 오후 7:22:40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학 교육 질이 떨어지면서 의사 면허 시험인 의사 국가시험(국시) 합격률이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시 합격률이 낮아지면 한 해 배출되는 의사 수가 줄어든다. 수준 미달 응시자를 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 계획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국시는 국시원 내 문제은행에서 문항을 선별, 당해년도에 출제하는 쓰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험에 나오는 문항 범위가 사실상 한정된다. 여기에 더해 국시는 절대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하면 대부분 합격할 수 있다. 학교별로 족보나 출제유형을 분석한 자료가 많다. 실기시험 또한 몇몇 항목만 충족하면 통과되는 형태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실기시험은 우수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시험을 본 후 이후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게 시험의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2008년부터 2024년까지 국시 합격률을 살펴보면 2021년을 제외한 연도에서 90% 이상을 기록했다. 2021년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했던 시기로, 당시 응시자들이 시험을 거부해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12.8%였다. 이후 정부가 불합격 인원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해 2700여명이 추가된 6043명이 실기시험을 치렀으며 시험 결과 합격률이 95.7%였다.

의사 국시 연도별 합격률. (자료=보건의료국가시험원)
높은 합격률은 국시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정치권에서 제기됐었다. 제21대 국회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갑)은 지난 2020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시의 높은 합격률에 대해 “시험을 보게 되면 무조건 합격시켜 주는 지금의 시스템은 의사의 질 저하와 국가고시의 무력화를 가져와 시험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며 “의사에게만 손쉬운 합격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의료계는 ‘국시는 응시자를 떨어뜨리려는 시험이 아니고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응시생들에게 면허 자격을 주는 시험’이라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현재 의대정원 확대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국시 합격률 또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원 전 의대정원은 약 3000명이었는데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의대정원은 4500여 명이다. 휴학한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복귀하면 7500명이 교육을 받게 된다. 당장 4개월 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의 학생이 한 학년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준비할 시간이 매우 부족해 결국 의학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측은 “정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순조롭지 않자 교수임용규정을 하향 조정하고 의평원의 의대 인증평가 기준을 완화하려한다”면서 “수십 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국제 의학교육 수준에 올려놓은 의학교육 인증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수준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국시 합격자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올해 국시 실기시험 합격률은 76.7%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응시자 대부분이 예상 출제 문항을 사전에 학습하기 어려운 해외 의대 졸업자이거나 N수생이었던 점, 올해 의대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합격률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의정갈등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국시 합격률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시 합격률 하락은 결국 한 해에 배출되는 의사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대항마가 국시 합격률 하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국시 변별력을 강화하는 의료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의대정원이 늘어도 한 해 배출 의사 수는 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의료계는 국시 합격률 하향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의료계의 의도로 읽히면 의대정원 증가를 막는 꼼수로 오해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의학교육 시스템을 망가트리고 있어 국시 합격률 또한 당연히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국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해야겠지만 지금은 무너진 의학교육 시스템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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