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대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예비군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서울대의 한 강의에서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출석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 공지돼 논란이 됐는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 학칙을 개정해 예비군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불리한 처분을 금지하고 수업 보충 등을 강화하는 조치를 실행했지만 학생들은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육군 제36보병사단은 지난 3월 원주시 만종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2024년 예비군훈련을 시작한 가운데 예비군들이 영상 모의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36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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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의 한 공과대학 수업에서 한 교수가 예비군 훈련과 관련해 질의한 학생에게 “수업 당 3번까지는 결석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전제한 후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결석도 결석계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경영학부의 한 수업에서 예비군 참여로 인해 결석한 학생에게 “훈련으로 퀴즈 불참 시 0점 처리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어난 것에 이어 다시 한 번 예비군 훈련 참여와 관련한 부당대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예비군법·병역법 등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학생을 결석 처리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매년 예비군 훈련 부당대우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외대 외국어센터의 한 교수가 예비군 훈련에 다녀온 학생을 결석 처리해 해당 학생이 교내 영어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고도 장학금이 깎이는 일이 발생했다. 2022년 11월에는 서강대·성균관대 등에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됐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6월 당정은 ‘예비군 훈련 참여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호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고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학생에 대해 출석·결석 및 성적 처리, 학습 자료 제공 등에 있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하고 수업 결석에 대한 학습권 보장과 관련한 내용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법제화해 각 대학에 관련 학칙 개정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전국 대학 179곳 중 절반을 소폭 웃도는 99곳(김근태 의원실 자료)만이 학칙을 개정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개정되지 못한 상태다.
학칙이 개정된 학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개정된 학칙에 따라 수업자료·보충수업 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예비군을 가기 전에 교수님께 이메일로 수업 자료를 요청드렸다”며 “교수님이 수업에 오셔서 내 이름을 부르더니 ‘수업 자료 굳이 필요하냐’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민망했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예비군 시즌만 되면 ‘OO수업 필기 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강모(23)씨는 “보강까지는 바라지 않고 사전에 신청 없이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업 대신 따로 과제를 해오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비군 참석시 교강사의 승인 없이도 출결이 인정되고 수업 자료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예비군 훈련 관련해 홍역을 겪었던 한국외대는 예비군 훈련 참석자를 일괄적으로 전자출결관리시스템에 자동입력하도록 해 교강사가 임의로 수정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