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공포에 위안·엔 또 연저점…亞 증시 '털썩'(종합)

고유가發 고인플레 우려에 亞 증시 급락
나홀로 강달러에 위안·엔 또 연저점 경신
  • 등록 2023-09-07 오후 5:56:48

    수정 2023-09-07 오후 5:56:48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고물가 우려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중국 수출 경기가 예상보다는 낫다는 지표가 나왔음에도 투자 심리 약화를 막지 못했다. 금융시장을 짓누른 공포에 달러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는 또 연저점을 기록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AFP 제공)


고인플레 공포에 亞 증시 급락

7일 마켓포인트,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3% 하락한 3122.35에 거래를 마쳤다. 선전 성분지수는 1.84% 급락한 1만321.44를 기록했다. 중화권 홍콩 항셍 지수는 1.34% 떨어졌다. 호주 ASX 지수(-1.19%), 일본 닛케이 지수(-0.73%), 한국 코스피 지수(-0.59%) 모두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증시가 모두 약세로 기운 것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우려 탓이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98% 오른 배럴당 87.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90.64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장본인은 고유가가 다시 오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게다가 미국 경제 지표는 예상을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로 전월(52.7)보다 상승했다. 월가 예상치(52.5)를 상회했다. PMI 지수는 기준선 50을 웃돌면 업황 확장을, 밑돌면 위축을 각각 나타낸다. 미국 경제만 나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와중에 나타나는 유가 상승세는 연방준비제도(Fed)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준은 향후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이번 보고서는 지표에 의존하겠다는 연준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10회 연속으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간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1% 안팎 하락했고, 그 여파가 아시아장까지 이어졌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모두 떨어졌다.

장중 중국의 8월 수출액이 두 달 만에 한 자릿수 감소율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투자 심리를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8% 줄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9.2%)를 웃돌았다.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던 지난 6월(-12.4%), 7월(-14.5%)과 비교해 수출 경기가 나아진 것이다. 두 달 만에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 감소율로 올랐다.

위안·엔 가치 연저점 또 경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가 치솟은 여파에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은 약세로 기울었다. 간밤 달러인덱스는 PMI 호조를 등에 업고 장중 105.03까지 오르며 105선을 돌파했다. 이에 역내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달러당 7.32위안대로 올라섰다(달러화 강세·위안화 약세). 최근 역내 환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7.31위안대로 올라섰던 적이 있는데, 현재 7.33위안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연중 최고치다. 중국 당국은 지나친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달러화 매도 개입을 하고 있음에도 추세적인 약(弱)위안화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7.33위안을 돌파할 경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당국의 개입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147.87엔까지 오르며 또 연고점을 갈아치웠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지난해 11월 초 148.40엔까지 오른 이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연고점 경신에 따른 당국 개입 경계감이 커지면서 147엔 중반대로 내려왔지만, 언제든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어 보인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수석시장분석가는 “경제 지표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주식에 부담을 주고 달러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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