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두고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 수준에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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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평소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산 원유 수출 가격의 상한이 배럴당 40~60달러선으로 검토됐으나, 이보다 더 높은 가격 수준에서 가격 상한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는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으로, 서방 국가들은 원유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각종 제재로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를 제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도 이 같은 취지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회의론, 유가 변동성, 금융 리스크 증가 등으로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해당 계획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르고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우랄유의 평균 수출 가격은 지난 3년간 배럴당 63달러였으며, 이달 평균은 74달러 수준에 그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의 감산 등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 주요 원유 수입국이자 러시아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인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릴 수도 있다. 두 국가는 서방이 주도하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을 강화하는 데 보다 더 중점을 두고 있으며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유럽만큼 경제적 타격을 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과 EU의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들에게 석유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미국 당국자들이 한때 허풍으로 간주했지만 지금은 실행 가능한 것으로 여긴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에이드리언 왓슨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과 미국 행정부는 주요 7개국(G7) 및 다른 동맹과 협력해 러시아산 원유에 효과적이고 강력한 가격 상한선을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원유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계속 흘러 들어가고 전쟁 자금으로 사용되는 푸틴의 수입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G7 국가들은 올해 12월 5일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때 시장 가격에 거래하지 않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