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잠근다" 러 으름장에…하락 베팅한 개미들 쓴맛

천연가스가격 올 들어 300% 넘게 폭등
ETN 하락률 1~5위 모두 천연가스 곱버스
TRUE인버스2X천연가스선물(H) -96%
거래소, 투자유의종목으로 적출하기도
  • 등록 2022-08-23 오후 6:48:22

    수정 2022-08-23 오후 6:48:22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밸브를 잠그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한 개미들이 쓴맛을 보고 있다.

러시아가 이달 말 사흘간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을 잠그겠다고 예고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또 한 번 치솟았다.(사진=AFP)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중 올해 하락률이 가장 높은 3개 종목이 모두 천연가스 선물의 하루 수익률을 거꾸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H)’을 455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해당 상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96%를 기록했다.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H)’과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도 각각 419억원, 714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수익률은 모두 -95% 수준이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천연가스 수출량을 줄이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며 곱버스 ETN 상품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모습이다.

지난 1월 유럽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72유로 수준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면서 3월에는 165유로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달 말 러시아가 사흘간 유럽 지역으로 향하는 노르드스트림1 송출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가스 가격은 또다시 치솟았다. 22일(현지시간)에는 295유로까지 오르면서 연초보다 300% 넘게 폭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 가격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전날 미국 9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천연가스 부족 우려에 백만BTU당 9.834달러로 하루만에 5.6% 뛰었다. 이는 1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서 언제든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음은 계속해서 천연가스 가격의 상방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거래소는 올해에만 95.95% 떨어지면서 하락률 3위를 기록한 ‘신한인버스2X천연가스 선물(H)’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적출했다. 해당 상품의 괴리율이 관리범위(6%)의 두 배를 초과했다는 이유다. 적출에서 지정예고된 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3매매일 동안 호가 경쟁에 따른 일반매매가 정지된다. 대신 일정 시간 주문을 모아 한 번에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하는 단일가매매로 거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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