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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가입 저지 위해 칼 빼든 러시아…“앞마당은 못 내준다”
지난해 말부터 전쟁 위기로 번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치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때문이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로 이뤄진 군사·안보 동맹인 나토가 구소련 국가들로까지 확장한 가운데. 러시아의 ‘앞마당’이나 다름 없는 우크라이나까지 나서자 본격 행동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소련 주도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WTO)는 해체됐지만 나토는 여전히 건재하다. 동유럽 국가 일부도 나토에 가입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당시 나토가 ‘동진 확장을 금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것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무시한다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주겠단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도 러시아가 지난 30여 년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받은 처우에 대한 불만을 열거하며, “러시아는 우리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보복 조치를 할 권리가 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고 비난하고 “우크라이나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나토에 가입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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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유리한 고지…바이든 외교력은시험대
현 상황에서는 일단 푸틴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이 침공시 제재라는 억지책을 앞세우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한 군사력은 물론 우크라이나 영토인 돈바스에까지 군사력을 진입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직접적인 침공이 벌어졌을 때 가능하지만, 러시아는 현 긴장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돈바스를 병합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갈 수 있다.
이같은 비대칭성은 애초 사안에 대한 양국의 절박함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발을 빼고 있는 미국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선 순위에서 다소 밀린다는 지적이다. 반면, 러시아로서는 나토가 턱밑까지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할 뿐 아니라 2014년 이후 병합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돈바스 지역까지 해결할 절호의 기회다.
이른바 바이든식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비춰봤을 때나, 현재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와 같이 또다시 눈 앞에서 자국 영토를 빼앗기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미국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력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욱 교수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에 이어 무능한 미국, 대외 정책의 실패 등으로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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