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천재' 데니스 홍 UCLA 교수, 삼성맨들과 혁신을 논하다

"실패 두려워하면 혁신은 불가능, 삼성도 실패 용인해야"
  • 등록 2014-09-03 오후 4:04:47

    수정 2014-09-03 오후 4:25:41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미국에서 날아온 로봇 천재와 삼성맨들이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강남역의 한 레스토랑에서 삼성 직원 10여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혁신과 일, 직장문화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세계적인 로봇공학자로 UCLA 내 로멜라(RoMeLa) 로봇 매커니즘 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09년에는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인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삼성의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인 ‘열정락(樂)서’의 강연자로 초청받은 데니스 홍 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 직원들과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데니스 홍 교수와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삼성 직원들이 사내 미디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최종 참가자는 데니스 홍 교수가 삼성 내 개발·디자인·인사·마케팅 등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 중에서 직접 선발했다.

데니스 홍 교수와 참가자들은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에서 혁신은 생겨날 수 없다”며 “삼성이 큰 기업이라 리스크도 큰 만큼 실패를 쉽게 용인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세상에 없던 것을 탄생시키려면 반드시 실패를 안고 가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종건 삼성SDS 선임은 “생각하는 바를 기술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되새겨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데니스 홍 교수는 일 또는 직업의 의미에 대해 “한국에서는 자기가 왜 일을 하는지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흔히 ‘벌어먹고 살려고’ 일을 한다고들 하는데 이 세상의 모든 합법적인 직업은 사회를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 일이 어떻게 사회를 이롭게 하는지 알면 내가 왜 일을 하는지 보일 것”이라며 “왜 하는지 알고 할 때와 모르고 할 때의 자세와 성과는 크게 다르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홍 교수의 말을 듣던 고종명 삼성전자 책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한국의 경직된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들며 지적했다.

그는 “한 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해도 웃지 않더라”며 “웃긴데 웃지 않는 임원들, 소통하고 싶은데 참는 임원들을 보며 원래 그런가 했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들 편하게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어 “한국 기업 임원들은 조금 더 긴장을 풀고 후배들과 편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소통이 활발해야 혁신이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강남역 인근 레스토랑에서 만난 데니스 홍 UCLA 교수(앞줄 오른쪽 둘째)와 삼성 직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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