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은평·서대문, ‘러브버그’ 급증 왜? [우리동네&]

도심 덮친 '러브 버그'…시민들 불편
'가뭄' 때문에 개체수 폭발
"수명 일주일 이내" 확산 가능성 일축
  • 등록 2022-07-05 오후 4:06:18

    수정 2022-07-05 오후 4:23:38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최근 경기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서대문구 등 서북부 지역 등에 ‘러브 버그’ 벌레떼가 급증하고 있다. 거리는 물론 방충망을 뚫고 가게와 집 안방까지 곳곳을 점령하면서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보니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5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카페에서 직원이 빗자루고 ‘러브버그’를 쓸어내고 있다.(사진=뉴스1)
‘러브 버그’는 파리과 곤충으로 정식명칭은 ‘플릭시아 니악티카’이지만, 암수가 쌍으로 다니는 습성이 있어 별칭 ‘러브 버그’로 불린다. ‘러브 버그’는 전염병균들을 옮기는 다른 곤충과는 달리 꿀이나 꽃잎을 먹고, 유충은 썩은 것들을 분해하는 역할을 해 익충에 가깝지만, 떼로 몰려다니면서 사람들에 불쾌감을 주고 있다.

‘러브 버그’ 관련 민원은 처음 경기 고양시,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등 일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브 버그’의 산란 조건 때문이다. 이동규 고신대학교 위생곤충학과 교수는 “‘러브 버그’는 낙엽이 많이 쌓이거나 죽은 풀들이 많은 야산에 산란한다”며 “산란 조건을 잘 갖춘 서울 서북부 지역이 ‘러브 버그’가 살기 좋은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산간 지역에서 점차 민가로 내려온 이유는 ‘러브 버그’ 습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러브 버그’는 썩은 식물 등을 산란 장소로 많이 찾는데, 썩은 식물이 내뿜는 화학 물질과 차량 배기가스 속 화학 물질 성분이 비슷하다. 도로 곳곳이나 차량 등에서 ‘러브 버그’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개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는 ‘가뭄’을 짚었다. 이 교수는 “‘러브 버그’는 날씨가 건조하면 번데기 상태로 비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성체가 된다”며 “그동안 우리 나라에 비가 오지 않았다가 최근 비가 왔기 때문에 번데기 상태에 있던 ‘러브 버그’들이 일시에 성체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가 예년같이 내렸다면 ‘러브 버그’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브 버그’ 관련 민원이 서울 서북부를 넘어 마포구, 종로구에 이어 인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민원이 빗발치자 지자체는 앞다퉈 긴급방역에 나서고 있다. 경기 고양시와 마포구는 긴급 방역에 나섰고 은평구는 전담팀(TF)까지 꾸려 집중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칫 서울 도심 전역이 ‘러브 버그’에 점령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는 “‘러브 버그’가 서울 전역에 확산하진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빠르게 늘지만, 워낙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컷은 교미가 끝나면 3~4일 정도 살고, 암컷은 교미 후 산란을 하고 죽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살지 않는다”며 “‘러브 버그’는 앞으로 2주 안에는 자연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오는 9월에 한 번 더 ‘러브 버그’가 창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늘어난 ‘러브 버그’들이 일시에 산란하면서 나온 유충들이 여름을 유충기로 살다가 9월이나 10월쯤 다시 한번에 성체가 되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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