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가 국내 중소 해운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이들 업체가 경쟁력을 잃고 더 나아가 그 파급 효과가 국내 해운산업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협회는 공정위의 판단을 바로잡고 공동행위의 정당성을 회복하고자 행정소송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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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협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공정위는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100년 이상 이어지고 국제법적으로도 확립된 공동행위의 취지를 무시했다”며 “해운법과 해양수산부의 지도 감독 아래 수십년간 법과 절차를 지켜온 해운기업을 제재키로 발표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이날 23개 국내·외 선사가 2003~2018년까지 한국~동남아 노선에서 120차례 운임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선사에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했다. 지난 2018년 목재합판유통협회의 신고로 공정위가 해운업계의 담합 행위 조사에 착수한 지 3년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국내 선사 12곳이 물어야 할 과징금 규모는 661억원에 이른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애초 예상된 8000억원 규모에서 줄었지만, 업체 중 가장 많은 296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 고려해운의 2018~2020년 3년 동안 벌어들인 연평균 영업이익은 742억여원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해운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물류대란 이전엔 연 100억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58조에 따라 해운법상 공동행위는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문제가 된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전 인가, 화주단체와의 협의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 준수를 독려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 명령과 과징금 1억6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협회는 공동행위로 경쟁을 제한한 적도,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화주에 피해를 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화주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와 1000여 실화주들이 손해 입은 바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며 “공정위는 해운사업의 자유항행원칙, 화주의 항상적 우월적 지위, 만성적인 선박공급 과잉이라는 해운시장 특성도 외면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공정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 같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해운 공동행위 감독권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의결도 국회에 요구했다. 또 협회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한일·한중 항로의 공동행위에 대해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처리해달라”고 공정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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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공정위가 이번 판단에서 해운법에 명시된 공동행위의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해운법은 물론이고,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상 라이너코드와 해외 국가에서도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는데도 업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정위가 해운 공동행위를 일방적으로 담합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에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해운업체들의 공동행위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공정위는 문제가 있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해양수산부 감독에 따라 일을 해오던 해운업체들에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성토했다.
과징금 부과 조치로 중소형 해운업체는 재무구조가 열악해지면서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교수는 “중소형 선사가 과징금으로 수백억원을 내면 경영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국적선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중국이나 다른 해외 선사에 시장을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져 우리나라 해운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뿐 아니라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외 선사가 국내의 규제 방침을 피해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을 건너뛰는, 즉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도 이날 “해외 선사들이 우리 항만을 패싱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현재 공정위가 심사 중인 한일·한중 항로는 심사 종결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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