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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며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TV, 스마트폰, 가전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TV 화면에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55인치 4K LCD TV 패널 가격은 올 1분기 2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15달러에서 2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TV 수요가 늘어나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까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가격은 유의미한 가격 인상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판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TV를 구동하는데 필수부품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CMOS 이미지센서 등도 올해 들어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TV용 통합칩(SoC)과 타이밍 컨트롤러(T-Con)의 가격도 10~15% 올랐다.
가전업계에선 컬러 강판의 가격 상승세도 눈여겨 보고 있다.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컬러 강판은 올 들어 톤당 40만원 넘게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8.9달러를 기록해 1년 사이 113% 뛰었고 연초보다는 32.43% 올랐다.
원자재 가격 인상→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와 약속한 출고가는 쉽게 바꾸기 어려워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확대하고 프로모션을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소비자 체감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보통 가전제품은 제조사나 판매업체 측에서 할인으로 판매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출고가와 실제 판매가격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어렵다”며 “내부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이벤트 축소 등으로 대비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전 가전업계가 판가인상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반도체 부족으로 보급형 제품 출시가 미뤄지거나 생산이 축소돼 사실상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드는 브로드컴은 지난 3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원가 인플레이션을 지켜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제조 업체들이 원가 상승세를 두고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