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가습기살균제 참사, 안타깝고 착잡…범죄 입증 안돼"(종합)

12일, SK케미칼·애경 前 대표 1심서 무죄
재판부 "흡입독성 시험, 천식·폐질환 유발 입증 못 해"
"현재 증거로는 공소사실 인정 안돼"
  • 등록 2021-01-12 오후 2:59:11

    수정 2021-01-12 오후 9:25:51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의 전직 대표들이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참사를 유발했음에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속행 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12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어 이같이 선고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등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해 ‘가습기 메이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유발한 사회적 참사라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다”면서도 “재판부가 2년 여 동안 심리한 결과 CMIT는 앞서 유죄판결을 받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성분과 위해성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PHMG를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의 경우,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2018년 징역 6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와 다르게 CMIT·MIT에선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CMIT와 MIT 성분이 폐나 하기도에 유해성이 있지만 천식의 원인물질임을 인정하기 위해선 해당 성분이 폐의 천식을 악화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한다”며 “또, 가습기처럼 가습기살균제가 동일하게 폐에 도달한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가 폐에 도달해 천식을 악화시킬 양이 축적돼야 비로소 폐질환 및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된다는 것.

또 “현재까지 동물을 통한 흡입독성 시험 등을 통해 비강 및 후두 등 상기도 염증은 있었지만 천식이나 폐질환을 일으켰다고 입증한 시험은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더라도 CMIT와 MIT 성분이 천식이나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그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자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전제의 공소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는 현재 증거로 형사사범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 앞서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제품을 제조·판매함으로써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공판에서 이들에 금고 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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