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는 인생이 프리패스인가"…청년층 역린 건드린 조국 딸 논란

논문 1저자에 무시험 입학 의혹까지…분노한 청년층
"금수저 자녀로서 받아온 혜택, 공정·정의와 어긋나"
입시·취업에 민감한 2030세대 박탈감이 분노로 표출
  • 등록 2019-08-21 오후 4:34:15

    수정 2019-08-21 오후 5:25:40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21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 앞에서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김보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장학금 수령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청년층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의원의 딸 KT 부정채용 비리와 더불어 이른바 금수저들이 누리는 특혜에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탓이다.

특히 조 후보자와 관련해 불거지고 있는 의혹들이 청년들이 바라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반한다는 점, 특히 그 중에서도 청년층의 역린(逆鱗)이라 할 수 있는 입시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2030세대를 더욱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들 “‘금수저’ 자녀 혜택, 공정·정의와 어긋나”

청년들이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에 대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은 명문대 입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과정 등에서 부모의 영향력, 즉 금수저인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조씨가 고교 시절 단국대 인턴십 후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의학전문대학원에선 두 차례 유급을 당하고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청년층에게는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한영외고 재학 당시 인턴십 프로그램 논란에 대해서는 동문들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08년 고등학생이었던 조씨는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했다. 당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단국대 의대 교수가 인턴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외고를 졸업한 직장인 강모(27)씨는 “외고에 입학해보니 다들 부모가 교수나 법관이더라”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 모임에 속한 자녀들끼리는 서로 인턴십을 추천해주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줬지만 우리 부모님은 평범한 직장인이라 소외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교내 학부모 모임에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논문 제1저자에 등록된 것도 특혜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대학원생 송모(30)씨는 “대부분 대학원생들이 논문을 쓰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구하는데 고작 2주 인턴을 한 고등학생이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다면 비참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지난 20일 “과거 고등학생이 교수와 함께 쓴 논문에 1저자로 등록된 모습을 조 후보자가 봤다면 엄하게 꾸짖었을 것”이라며 “특히 학생 아버지가 이명박 정부 때 한자리하던 분이었으면 더욱 그랬을 것”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조 후보자의 딸 모교인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대학시절 내내 MEET(의학교육입문검사·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 보겠다고 매일 같이 머리를 싸매고 눈물 나게 공부했다”며 “조국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금수저였다면 빈둥빈둥 놀아도 (대학·의전원에) 프리패스로 입학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 갈무리)


입시·취업에 민감한 청년들의 박탈감이 분노 원인

청년들이 이번 사태에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청년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입시, 취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취업난이 점차 심각해지고 인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특정인에 대한 혜택이 불공정을 넘어 자신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고도 생각한다.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아버지가 서울대 법대 교수 같은 이른바 고위직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런 혜택이 가능했던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고위직 자녀들이 취업할 때 특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부를 하다가도 맥이 빠진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여기에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교수 등이 연이어 자녀들의 입시·취업 비리와 연관되면서 그들의 이중성에 대한 배신감이 청년들을 한 층 더 자극하고 있다. 직장인 권모(29)씨는 “정의를 외치던 조 후보자가 딸에겐 이런 식으로 혜택을 주고 있을 줄 몰랐다”며 “법이나 과정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몰라도 이게 공정한 것인지 조 후보자께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청년층의 분노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청년들이 이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부모 재력이나 배경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젊은층은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서적으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그간 해왔던 강의나 발언과 지금 상황이 겹쳐지면서 분노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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