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져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더라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개인회생을 이용하더라도 법원의 채무재조정 대상에서 빠져 있는 주택담보대출 채무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연 4%의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조정(상환)할 수 있게 됐다.
10일 법조계·금융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금융위원회, 신용회복위원회는 오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채권 조정제도`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공동으로 체결할 예정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인회생 이용자가 회생 도중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라고 소개하며 “회생제도와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을 연계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개인이 법원의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법원의 개인회생은 무담보대출(신용대출)채무만을 채무조정 대상으로 삼고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채무는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채권 조정제도가 시행되면 개인회생 이용자가 주택담보대출 채무도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조정받게 되면서 개인회생이 종결될 때까지 집에 대한 경매처분이 유예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회생 신청자의 무담보 채무는 법원에서, 담보채무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투트랙으로 각각 조정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개인회생 중이면 중복 채무재조정(무담보채권) 차원이나 담보권 인정 차원(담보채권)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신청이 가능해진다. 개인회생 이용자의 주택담보대출 채무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연 4% 이자율로 최장 ‘5년 거치(이자만 갚는 기간), 35년 분할상환’ 대출로 조정되는 게 유력하다. 원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4%보다 높으면 4%로, 4%보다 낮으면 원 이자율로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법원은 개인회생 신청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조정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기로 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조정된 주택담보대출 변제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그 부분을 반영해 신용채무의 변제 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제도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일부 대부업체를 제외하고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있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이다.
다만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한다. 고가의 주택 소유자가 제도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차원이다. 이용자 소득 제한을 두고는 회생법원과 금융계의 입장이 다소 엇갈려 있다. 회생법원은 소득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금융계는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회생법원과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개인 회생제도 개선 및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이같은 방안을 협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