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은 없다며 강경하게 버티던 글로벌 양대 산유국이 회동키로 하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감산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큰 폭의 반등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다.
지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대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아랍에미리트 석유장관 발언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12% 급등했다. 그러나 15일 아시아 금융시장이 열린 동안 이란이 유럽으로 3년여 만에 원유를 수출한다는 소식에 다시 고꾸라졌다.
간밤 ‘대통령의 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휴장한 가운데 전자거래에서 WTI는 배럴당 29.76달러로 1.1% 상승했다. 장중 한때 30.1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3센트 오른 33.97달러를 기록했다.
16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상승폭을 더 키우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중 브렌트유 4월물은 34달러 이상으로 올라섰고 WTI 3월물 역시 30달러선을 넘어섰다.
그동안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원유 생산을 조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가운데 최근 산유국을 순방에 나선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OPEC과 비OPEC의 최대 산유국인 두 국가의 회동을 주선했다.
이번 회담에서 원유 생산을 동결하거나 감산하는 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감산이 어렵다면 적어도 현 수준에서 더 늘리지는 말자는 제안이 OPEC 회원국들 사이에서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는 기존처럼 OPEC이 유가 하락기에 감산에 나선다면 경쟁 산유국들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며 감산에 반대했다. 감산을 하더라도 이란과 이라크, 러시에 이르기까지 OPEC 안팎의 산유국들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한 OPEC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우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러시아를 비롯한 비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동참하고 알제리나 베네수엘라가 확실한 계획을 제시한다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동결이라는 합의에 이르더라도 추가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높다. 중국 경기둔화로 수요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릭 스푸너 CMC마켓 수석 애널리스트는 “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상황이 진전되기는 했지만 갈 길이 멀다”며 “생산을 동결한다고 해도 원유시장이 균형을 이루기까지는 12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