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트럼프 2기’를 맞는 국내 종합상사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중개 사업을 하는 종합상사 마진은 더 커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1400원선을 돌파한 이후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흥책에 따라 종합상사들의 주력 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개발 분야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원 오른 1433.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 직후 치솟기 시작한 환율은 지난 3일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50원까지 단기 저항선이 밀려난 상태다. 이에 산업계에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 1500원 ‘뉴노멀’ 시대를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으나 종합상사에는 고환율 상황이 단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상사는 트레이딩 마진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차익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고관세 정책을 예고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트럼프는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고관세 정책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면 이를 수입해야 하는 제조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중개하는 종합상사는 마진이 더 커진다.
상사 업계는 이에 따라 주력 사업인 원자재 개발과 트레이딩 분야에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사업 중 특히 기대하는 분야는 LNG다. 트럼프가 화석연료인 원유와 가스 수출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면서 전 세계적으로 LNG 사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선제적으로 미국산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을 열어 뒀다. 올해 8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멕시코 퍼시픽과 판매·구매계약(SPA)을 체결했는데, 프리 온 보드(FOB) 방식으로 멕시코 퍼시픽이 텍사스산 가스를 항구까지 운반해 선적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한국까지 가져오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앞으로 20년간 시에라 마드레 파이프라인과 사구아로 에네르기아 LNG 터미널을 통해 연 70만톤(mtpa)의 미국산 LNG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됐다.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의 경우 오만·카타르·예멘 등에 보유한 LNG 광구에서 배당 수익을 올리고 있다. LNG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수익도 증가가 예상된다.
변수는 고관세 정책에 따른 물동량 감소다. 높은 관세로 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면 상사 업체들의 트레이딩 실적도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고환율로 수혜가 예상되나 ‘미·중 무역분쟁’ 촉발 등 변수가 많아 미리 환경 변화를 예단할 수 없다”며 “정책 효과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전남 광양 제1 LNG터미널 전경.(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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