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토정상회의 참석 유력…대중·대러외교엔 '부담'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6.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대 첫 나토 정상회의 참여가 유력해졌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의 참여는 세계경제 10위권의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한국의 위상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에 걸맞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향후 대중·대러 외교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나토 정상회의 참석 결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준비는 하고 있는데 확정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준비를 위해 청와대, 안보실, 외교부 직원들로 구성된 지원팀을 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참석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국가로 참여한 이후, 나토와 훈련·교육·재난대처 등과 관련해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정의용 전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으로서 처음으로 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초청돼 참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으로 볼 때,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나라가 초대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특히 최근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나토 회원국들은 인도·태평양 전략 및 지침을 잇달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패권 다툼의 지축이 인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맞춰 나토 역시 동맹의 안보 이익을 방어한다는 관점에서 인태 지역으로서의 관여 방안을 모색해왔고 인태 지역 핵심국가, 특히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의 동맹국·우호국’과의 접촉도 늘려왔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일본, 뉴질랜드, 호주가 초청받은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위협대응 방안’을 담은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위원은 ‘나토가 대통령을 정상회담에 초청한 배경과 한국-나토 협력 방향’ 보고서에서 이번 전략개념 수정에 대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관여코자 하는 나토의 공식적 입장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나토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권위주의세력과 대결하는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주요 구성원이라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향후 중국과의 체제 경쟁에 한국이 동참하길 기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같은 신호가 중국과 러시아에 줄 메시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의 동진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악수(惡手)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미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향후 대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시아판 나토’ 결성을 견제하는 중국 역시 “아태 국가를 지정학적 대결의 최전선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시도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이익이 아니다”(글로벌 타임즈)라고 견제의 목소리를 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우리의 중심은 미국과 서방에 있다고 선언하고 그쪽 진영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이라며 “‘한미일vs북중러’ 대결 체제를 가속화·고착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