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유동성 위기 터널 끝이 보이자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테스나의 현금 창출력(캐시카우)이 우수한데다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반도체 테스트 분야 투자를 감행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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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테스나의 유력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현재 세부적인 인수 조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으로 큰 틀에서는 인수 관련 사안을 어느정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격은 약 4600억원 선으로 이르면 이달 중으로 테스나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연초 본격화한 테스나 인수전에는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들은 물론이고 PEF 운용사들까지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다자 구도로 흘렀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기업 계열사나 글로벌 SI들이 빠른 인수 자금 지급 등을 약속하며 공격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매각 당시 나왔던 4000억원에서 가격이 더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매각 목전에서 결렬됐던 점을 떠올리면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 입장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는 매각 과정에서 인수 자금을 얼마나 빨리 낼 수 있을지(인수자금 종결성)와 인수 이후 밸류업(가치상향)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매각 결렬의 경험이 이번 매각전에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인수액이 비딩(입찰) 형태로 흐르며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앞선 두 가지 조건에 힘을 싣는 전략을 고수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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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테스나 인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자산을 차례로 처분한 끝에 채권단 관리 체제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과제와 직면하면서 발 빠른 대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수혈한 긴급운영자금 3조원을 조기 상환하면서 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 종료 초읽기에 들어갔다. 두산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클럽모우CC(1850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조7000원을 확보했고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로 모은 1조2235억원을 전액 부채 상환에 쓰며 채권단 체제 졸업에 한걸음 다가섰다.
바꿔 말하면 채권단 관리 종료 이후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두산의 미래 전략이 무엇이냐를 두고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시간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테스나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나가 보여주는 실적 지표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테스나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76억원, 540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56.6%, 76.8%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CIS(이미지센서) 사업 부문이 성장을 견인하며 매출액 2834억원과 영업이익 8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과의 관계 설정상 협력업체에 일감을 나눠주기 보다는 한 곳에 몰아줘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테스나가 카메라 후공정 테스트 분야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인기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테스나 인수로 두산그룹이 누릴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두산그룹 내 반도체 사업 관련 수요가 충분하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그룹 내 계열사인 두산전자를 통해 반도체 관련 사업 시도에 나선데다 그룹 내 미래 사업부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전과 관련해 두산그룹 측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답을 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 측도 “테스나 매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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