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새해벽부부터 인쇄용지 줄인상 나섰다(종합)

한솔, 1일부터·무림, 7일부터…한국제지도 올릴 듯
해상운임 급등·펄프가격 인상·수요 감소 등 원인
'상생 협의' 앞두고 인쇄업체들과 소통 후 가격인상 단행
  • 등록 2022-01-03 오후 2:01:41

    수정 2022-01-03 오후 9:17:38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제지업계 1, 2위인 한솔과 무림이 새해 들어 나란히 인쇄용지 가격을 인상한다. 과도한 해상운임과 원자잿값 인상,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213500)는 지난 1일부터 인쇄용지 가격을 기존 대비 7% 인상했다. 이미 지난해 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고객사들에 보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기준가(고시가) 대비 할인율을 축소하는 형태(3월 15%, 6월 9%)로 인쇄용지 가격을 올렸다. 올해에는 이와 달리 기준가 인상을 단행했다.

무림도 오는 7일부터 무림P&P(009580)무림페이퍼(009200) 등의 인쇄용지 가격을 7% 올린다. 지난해 2차례에 걸쳐 7~10% 정도의 할인율 조정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와 달리 기준가에서 가격 인상에 나선다.

한국제지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제지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치솟는 해상운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5046.66으로 전주 대비 90.64포인트(1.8%) 상승했다. 이는 SCFI를 집계한 2009년 이래 역대 최고치로,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최저치였던 3월 2570.68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두 배가량 오를 정도로 급격한 상승 폭을 보였다. SCFI는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 스폿(spot) 운임을 반영한 지수다.

펄프 가격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결과 지난해 12월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1톤(t)당 655달러를 보였다. 지난해 최고치를 찍었던 5~6월 925달러에 비해서는 안정기에 접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직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5달러(19%) 비싼 수준이다.

(사진=한솔제지)
수요 감소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쇄용지는 학습교재·서적 판매량 감소 등으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제지연합회의 연도별 수급현황을 보면 인쇄용지는 지난 2020년 232만 1346t을 생산했다.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준으로, 이는 생산량이 공개된 지난 2009년 이래 최저치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운임 값 급등으로 인쇄용지를 팔수록 오히려 손해다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정도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며 “업계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쇄용지 가격 인상은 과거와 달리 인쇄업체들과 사전 공감대 형성이 이뤄진 후 단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인쇄용지 가격이 오르면 이 용지를 받아서 사용해야 하는 인쇄업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인쇄용지 제조업체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해 그 충격이 더욱 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인쇄업과 인쇄용지 업계는 더불어민주당과 중소벤처기업부, 동반성장위원회 등의 중재를 통해 상생협의회를 구축,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제지 대기업들은 당초 지난해 12월 1일에 예정했던 가격 인상을 올해로 미루고 인쇄업체들과 소통에 나섰다.

중기부 측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쇄용지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쇄업체들이 이해한 측면이 있다”며 “과거와 달리 일방통행식 결정을 하지 않고 상생 방안을 모색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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