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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찾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1차아파트’는 원효대교 바로 앞 한강을 마주하며 위태롭게 서 있었다. 올해 51살이 된 중산시범은 1970년에 지은 228가구 규모 7층짜리 아파트다.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어 한강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데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지척에 있어 알짜 입지로 꼽힌다.
한강변 노른자 땅에 있지만, 건물 상태는 좋지 않다. 빛바랜 빨간 벽돌과 뭉텅이로 벗겨진 페인트 사이로는 갈라진 시멘트의 속살이 깊게 파여 있었다. 이미 25년 전 용산구청으로부터 재난 위험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던 만큼 벽 곳곳엔 실금이 가득하다. 주민들은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열악한 거주환경에 놓여 있다.
중산시범아파트 주민들은 건물의 노후화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재건축을 위해 서울시에 토지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중산시범이 토지임대부 주택이지만, 1970년대에 뚜렷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한 탓에 항구적인 토지사용권을 보장받지 못해서다. 현재 중산시범 건물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고 건물 사이의 도로 용지(1682.㎡)는 용산구청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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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는 일반 재건축에 비해 복잡하다. 먼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서울시와 용산구로부터 부지를 매수해야 한다. 이때 서울시는 전체 부지매각의 경우 주민 100% 동의, 개별 동 단위 부지 매각의 경우 75% 매수 동의와 100% 지분변동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재건축 추진위가 주민 동의를 얻어 서울시에 매수 청구를 하면 서울시는 공유 재산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의결한다. 심의위원회가 가결한 뒤에는 서울시 의회에도 시유지 매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재건축 조합이 땅을 매수해 인가를 얻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주민동의율을 모으고 있다”며 “심의위원회와 시의회의 의결을 통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대감은 호가에 반영되고 있다. 중산시범1차 전용면적 59㎡의 실거래가는 지난 2017년 6월 4억 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매매호가가 12억원에 형성됐다.
이촌동 A 공인중개사대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탓에 2~3년 전 손바뀜이 많이 일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며 “용산 내 한강변이 붙어있는 최고의 입지인 만큼 재건축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의 관건을 서울시의 토지 판매 가격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감정평가가 시세에 준하는 가격에 메겨지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위가 서울시로부터 사들이는 땅값이 싸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토지가격과 용적률 등에서 사업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분양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재건축시 토지매입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2009년 시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노후화돼 재건축을 할 때 토지소유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재건축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해 항구적인 토지 사용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