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려 흡연율 낮추겠다”
담뱃값 인상은 2004년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는 2500원짜리 담배 기준 2000원을 인상할 계획이다. 담뱃값 인상과 함께 소매점 담배광고 금지 등 비가격 정책을 병행해 오는 2020년까지 흡연율을 29%로 낮추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7%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높다. 반면 담뱃값은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담배 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지방세 등 세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담뱃값을 인상하기로 했다. 종가세 방식의 개별소비세도 신설된다.
건강증진부담금은 기존 354원에서 841원으로 488원 오르고,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007원, 지방교육세는 321원에서 443원으로, 부가가치세 등은 234원에서 433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신설되는 개별소비세는 갑당 2500원 기준으로 594원이 부과된다. 과세대상 제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세율을 백분율로 정해 부과하는 종가세이기 때문에 비싼 담배일수록 세금이 더 붙는다. 담배에 부과되는 총 세금은 1550원에서 3318원으로 1768원 늘어난다.
정부는 또 지속적으로 담배 가격이 인상될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담뱃값을 올리는 물가연동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2004년 담뱃값을 500원 인상한 후 성인 남성 흡연율은 2년 만에 11.9%포인트(2004년 57.8%→2006년 45.9%) 감소했고, 담배 판매량도 26% 줄었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청소년 흡연을 차단하는데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비가격 정책도 함께 내놨다. 담뱃갑에 흡연 피해로 인한 폐암 사진과 같은 혐오 사진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하고 소매점 등의 담배광고와 담배 회사의 각종 행사 후원 등 직간접적인 광고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금연 지원 또한 강화된다. 정부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이 연 88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재원으로 금연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확충된 재원을 금연 성공률이 가장 높은 약물·상담 치료에 지원하고, 학교·군부대·사업장 등에 대한 금연 지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흡연율이 떨어지면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 크게 줄고 건강보험 재정 지출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세수 증가분 금연사업에 투자해야
담뱃값이 오른 만큼 줄어들 담배 소비를 감안할 때 2000원 인상시 세수 증가 규모는 2조8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늘어나는 세금 중 국세인 개별소비세 과세분 중 40%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돼 지방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국세 부과로 증가하는 세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소방 등 안전예산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0.62%포인트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물가 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충격을 흡수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석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담뱃값 인상이 세수 확보의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늘어난 세수의 전액을 금연사업에 사용해야 한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금연보조제 지급, 보건소 금연클리닉 확대, 청소년 흡연예방사업 확대, 대중 언론매체를 이용한 대대적인 금연캠페인 등을 통해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점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