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종합반도체 기업의 장점을 내세운 ‘턴키’(일괄 생산) 전략으로 대만 TSMC를 추격한다.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까지 전 과정을 한 번에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사들을 사로잡겠단 전략이다. 여기에 삼성은 ‘고성능 저전력’ 기술을 인공지능(AI) 솔루션에 통합하며 폭증하는 전력 소모량에 따른 비용 손실 문제까지 한꺼번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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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과 세이프 포럼(SAFE) 2024를 개최하고 AI를 주제로 삼성 파운드리만의 공정기술·제조 경쟁력·에코시스템·시스템반도체 설계 솔루션 등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엔 삼성 파운드리 파트너사 등 업계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최시영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AI 진화가 멈추지 않기 위해선 반도체의 새로운 혁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모두 처리하는 초거대 AI와 달리 사용 목적, 서비스 등에 따라 필요한 특성과 솔루션이 다르게 요구되는 맞춤형 AI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최첨단 공정 기반의 턴키 서비스를 수주하기 시작한 성과를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 디자인솔루션(DSP) 업체인 가온칩스와 협력해 일본 AI 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의 2나노(SF2) 기반 AI 가속기 반도체를 2.5차원(I-Cube S) 첨단 패키지로 양산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 파운드리 고객사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한 2나노 신공정(SF2Z)을 오는 2027년 제공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SF2Z는 고성능과 저전력 모두 필요한 고객사에게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2027년엔 최첨단 1.4나노 공정을 제공하고, 미세화 한계를 돌파한 새로운 디바이스 확보를 위한 재료 연구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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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량이 폭증하면 데이터센터의 신호 손실과 발열로 이어지는데, 이는 고객사에게 모두 비용 증가의 문제를 유발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력 소모를 낮추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이용한 인터커넥트 솔루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구리 인터커넥트를 대체하는 기술로 2027년 포토닉스 기술 개발을 완료해 AI 솔루션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최 사장은 “실리콘 포토닉스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에서 고속 신호를 전송할 때 손실을 해소하고 칩 간격 조정을 통해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포토닉스 기술까지 확보하면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기술 발전에 필요한 모든 핵심 요소를 확보하는 것이어서 종합패키지인 원스톱 AI 솔루션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1나노로 갈 때 후면전력공급 기술 등 삼성이 했던 것들이 모두 성공한다면 첨단 기술에서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가져갈 수 있다”며 “공격적으로 목표를 잡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