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은행(BOJ)이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3개월 만에 재차 수정하며 전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로 했지만, 엔화가치는 되레 하락해 달러당 150엔대에 재진입했다. 긴축 강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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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BOJ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 종료 후 장기금리 지표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일정 부분 용인하겠다고 발표한 뒤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에 재진입했다. 발표 직전인 정오까지만 해도 달러당 149.42~149.46엔 사이에서 움직이며 엔화가 강세를 보였으나, 발표 직후엔 150엔대로 상승(엔화가치는 하락)하며 엔저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오후 2시 30분 현재 150.17~150.18엔에서 움직이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엔화는 그동안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받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계속 상승한 반면,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BOJ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최고 1% 수준으로 제한돼 양국 간 금리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BOJ가 장기금리가 1%를 초과해도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미일 장기금리 격차도 좁혀졌지만 엔화는 오히려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실망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OJ는 이날 YCC 정책을 미세조정했을 뿐 마이너스 단기금리,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국채 10년물 금리 0% 정도로 유도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큰 틀은 그대로 놔뒀다.
닛케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전략가는 “장기금리 1%를 조금 넘는 것을 용인한 것 외에 실질적으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보다 명확하게 금융완화를 축소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사실상 완화 유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긴축 전환을) 경계하고 있던 시장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정책) 발표 직후 시장은 엔저 방향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