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치러질 두 후보간 결선투표는 예측불허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누가 대통령에 오르든 20세기 이후로만 여섯번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맞은 경제위기와 씨름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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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돌풍’ 예상 뒤집고 집권당서 1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대선은 98.51%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집권당인 중도좌파 마사 후보가 36.69%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극우파의 밀레이 후보는 득표율 29.99%로 2위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최종 개표 결과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 득표하고 2위 후보에 득표율이 10%포인트 앞서면 당선이 확정된다. 두 후보 모두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다음달 19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74%대를 기록했다. 1983년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결과는 당초 예상을 빗나갔다. 지난 8월 열린 대선 예비선거(PASO)에서 지지율 29.86%로 1위에 오른 밀레이 후보는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마사 후보는 예비선거에서 27.28%를 기록하며 3위에 그쳤다. 마사 후보의 ‘깜짝 1위’ 결과에 현지 매체들은 순위에 대해서는 “놀랍다”고 평가했다.
마사 후보가 선거 막판 집권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소득세 기준 완화, 현금카드 사용시 부가가치세 면제 등 돈 풀기 공약을 내세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제시한 ‘대중교통 정부 보조금 자진 반납 등록’은 정부 보조금이 사라지면 교통비가 10배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직시하게 했다. 보조금 폐지를 내건 밀레이 후보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사 후보는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장악한 ‘페론주의’ 정치인이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으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원조로 꼽힌다. 마사 후보는 국내 정치에 무게를 둔 기존 페론주의 정치인들과 달리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과 맺은 관계를 바탕으로 달러화 비축량 확대를 통한 외환위기 우려 경감, 외채 협상 재조정,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층 감소 등으로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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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표심 관건…결선 ‘예측 불허’
이제 관심은 다음달 열릴 결선 투표에 쏠린다. 지난 십여년간 좌파 성향 정권이 득세한 가운데 2019년 말부터 중남미 주요국에 속속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 제2차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이 이어질지, 아니면 정권교체가 이뤄질 지가 관심사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올해 9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8.3%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빈곤층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일자리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장관인 마사 후보는 현 정부와 살짝 거리를 두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는 이날 지지자 연설을 통해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12월 10일부터 우리는 새로운 아르헨티나 정치의 무대를 열 것”이라며 “국민통합에 앞장서는 정부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다시 도전자의 입장에 선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때처럼 기성 정치권에 반하는 변화를 강조하면서 반전을 모색할 전망이다. 밀레이 후보는 이날 결선 진출을 자축하는 연설을 통해 “목표는 현대 민주주의 역사가 낳은 가장 비참한 정권인 현 정부를 종식 시키는 것”이라며 “변화를 원하는 우리가 모두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박빙의 승부로 대통령을 가릴 경우 국론 분열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펀드코프의 로베르토 제레토는 “명확한 과반수가 없어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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