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은 음악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었다. ‘2023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의 ‘개막 콘서트’가 열린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음악대학 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가 무대에 올랐다. 공민배는 현을 조율한 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피아노 반주로 들려줬다. 현을 켜는 그의 손동작은 전문 연주가 못지않게 유려했다. 연주가 만족스러운 듯 옅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독주 부분에선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에 집중했다. 관객도 숨을 죽인 채 공민배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음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 개막 콘서트에서 발달장애 아티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오른쪽)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페셜올림픽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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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비장애인, 문화예술로 함께 소통공민배는 지난 4월 서울시향의 ‘아주 특별한 음악회’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5살 때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은 공민배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악기를 배우며 세상과 소통해 왔다. 서울시향과의 공연에선 현재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으며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얍 판 츠베덴의 지휘 아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훌륭하게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민배는 이날 무대에선 같은 곡을 한층 더 여유로운 연주로 들려주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에는 공민배 외에도 첼리스트 차지우, 피아니스트 조현선·이들림, 클라리네티스트 주찬이, 테너 윤용준 등이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을 선사했다. 이들 모두 발달장애를 지닌 연주자로 ‘2023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멘티들이다. 이들림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앨범으로 발표하기도 했던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1·3·4악장을 혼신의 연주로 선보였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테너 윤용준의 무대가 끝난 뒤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음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 개막 콘서트에서 발달장애 아티스트 윤용준 테너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페셜올림픽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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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은 2013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던 스페셜 올림픽(발달장애인이 출전하는 올림픽)의 유산으로 시작된 문화예술 축제다. 발달장애인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매년 국제 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2023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동안 참여하지 못했던 해외 참가자들이 4년 만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번 행사는 ‘고마워’(Thank You)라는 주제 아래 지난 10년간 페스티벌을 아낌없이 지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240여 명의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비장애인 메이트, 30여 명의 국내 정상급 멘토 교수단, 80여 명의 자원봉사자·강사·운영진,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 330명 등 총 총 10개국 700여 명이 참여한다. 오는 5일까지 서울대 일원에서 행사를 이어간다.
장애인 아티스트 위상 높아져…예술 활동 기획도 확대
나경원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이 축제를 통해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위상이 높아졌고, 장애인들이 음악·미술·체육 등으로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기회도 더 넓어졌다”고 10주년의 성과를 밝혔다. 또한 “장애인이 더 많은 기회와 함께 당당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한다”며 “장애인, 비장애인이 같이 함께하면 더 큰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3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환영만찬에서 이용훈(왼쪽에서 세 번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 나경원(왼쪽에서 다섯 번째)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10주년 기념 떡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사진=스페셜올림픽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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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선 발달장애인 학생 부모와 특수교사 간의 충돌이 이슈로 불거지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위원장은 “특수교사와 장애 학생 부모가 갈등을 빚는 이유 중 하나는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특수교사 숫자도 늘려야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번 축제가 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은 “10년간 많은 관심이 있었기에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은 전 세계 발달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제 문화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앞으로도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음악과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따뜻한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클래식 감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팝 감독, 서혜연 서울대 음대 교수가 운영감독을 각각 맡는다. 최은식 서울대 음악대학 학장, 김영욱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김두민 서울대 음대 교수, 사진작가인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 등이 멘토로 참여한다. 3일 ‘데일리콘서트Ⅰ’, 4일 ‘데일리콘서트Ⅱ: 피아노 콘서트’, 5일 ‘폐막콘서트’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3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환영만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스페셜올림픽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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